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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의 생활
모리스 메테를링크 지음, 김현영 옮김 / 이너북 / 2023년 7월
평점 :
《꿀벌의 생활》은 두 가지 이유로 놀라운 책이에요.
하나는 저자가 모리스 메테를링크라는 점이에요. 어린 시절에 누구나 읽어봤을 동화 《파랑새》의 원작자예요.
또 하나는 꿀벌들의 세계가 굉장히 경이롭다는 거예요. 제가 알고 있던 지식은 수박 겉핥기 수준, 거의 몰랐다고 봐야겠네요. 기후위기와 관련해 꿀벌 종이 크게 감소했다는 사실, 오죽했으면 UN이 '세계 벌의 날'을 지정했을까라는 걱정에 머물러 있었던 거죠. 그래서 이 책을 봤을 때, '꿀벌에 대해 알고 싶어!'라는 마음을 충족시켜줬던 것 같아요. 벌통 안에 이토록 많은 비밀들이 감춰져 있었다니, 놀랍고 신기했어요. 예전에 모리스 메테를링크의 저서인 <꽃의 지혜>를 읽으면서 식물학자 못지 않은 지식과 철학적인 통찰에 감탄했던 기억이 있는데, 곤충에 관해서도 전문가였네요. 어찌보면 꽃과 꿀벌의 조합에서 어느 한쪽만 몰입하는 게 더 이상할 수도 있겠네요. 자연을 사랑하는 그가 꿀벌을 사랑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죠. 이 책은 사회생활을 하는 곤충을 주제로 한 곤충 3부작 중 첫 번째 작품이에요.
저자는 꿀벌을 기르면 기를수록 본인이 꿀벌에 너무 무지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해요. 생명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은 그저 자기 만족적인 무지라면서 꿀벌 덕분에 무지의 차원이 훨씬 더 높게 느껴졌다는 거예요. 정말 꿀벌에 대해 무지한 사람과 비교하자면 탁월한 전문가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은데 그의 태도는 겸손하네요.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진정한 앎이라고 했던가요. "무지야말로 인간이 이 세상에서 배웠다고 자부할 수 있는 모든 것이지 않겠는가?" (15p) 라는 말에서 드러나듯이, 그가 자연을 대하는 태도는 순수한 사랑과 열정인 것 같아요.
우리가 꿀벌의 생활을 통해 알 수 있는 건 인간의 지성이 꿀벌의 결함을 나무랄 자격이 없다는 거예요. 꿀벌을 관찰하는 인간의 관점에서 벗어나, 인간을 관찰하는 더 큰 존재를 상상해본다면 인간의 활동을 꿀벌보다 더 현명하다고 보긴 어려울 거예요. 저자가 책을 집필할 당시 (<꿀벌의 생활>은 1901년 출간되었음.) 양봉가들은 꿀벌 종의 욕망과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해왔기 때문에 종족이 약해졌고 분봉을 과도하게 일으키는 경향이 더욱 강화되었다고 지적하고 있어요. 꿀벌의 세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실수는 반복될 수밖에 없어요. 무지함을 인정하고 새로운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최선을 다한다면 달라질 수 있어요. 꿀벌은 자신들이 모으는 꿀을 자신들이 먹을 수 있는지 어떤지 신경 쓰지 않고 각자 심오한 의무를 다하고 있다는 것, 이것이 꿀벌의 교훈이자 자연의 섭리일 거예요. 우리 역시 지구 생태계를 위해 인간적인 의무를 다해야만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