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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의 기술 - 세상을 움직이는 거짓말쟁이들의 비밀
마셀 다네시 지음, 김재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23년 7월
평점 :
《거짓말의 기술》은 세상을 움직이는 거짓말쟁이들의 비밀을 다룬 책이에요.
2023년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라고 소개하고 싶네요.
저자는 토론토대학교 언어인류학 및 기호학 교수이자 의사소통이론 프로그램 과정의 총책임자이며, 국제적으로 저명한 기호학자라고 해요.
서문에서 저자는 거짓말과 관련된 결정적인 사건 두 가지를 언급하고 있어요. 닉슨의 워터게이트 사건과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사회 고위층은 거짓말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사용해 혐오를 조장하고 대중을 분열시켜 손쉽게 사회를 장악한다.
위압감, 두려움, 불안감을 불러일으키는 심리적 무기인 거짓말이 자기 이익에 반하는 행동까지 저지르도록 사람들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게다가 거짓말은 전염병처럼 널리 퍼져나간다. ... 워터게이트 청문회는 미국 전역을 뒤덮어가던 암을 도려내기 위한 치료책이나 마찬가지였다.
... 미국 대선 기간 초창기에 트럼프의 말을 듣는 순간부터 나는 닉슨 시절의 암이 재발했다는 것을 확신했다. 트럼프의 말은 거짓이기 때문이다." (7-8p)
이 책은 거짓말의 기술을 다루는데, 여기서 거짓말의 기술이란 마키아벨리적 기술을 의미해요. 현대 심리학·사회과학 분야에서 "마키아벨리즘"이라는 용어는 타인에게 무관심한 채 오로지 자기 이익을 위해서 기만적이거나 위선적인 방식으로 사회적 상호작용에 임하는 태도를 가리킨다고 해요. 최초로 거짓말쟁이의 심리를 분석해 묘사한 인물이 마키아벨리였고, 그는 자신의 분석을 바탕으로 절대군주라면 늘 거짓말과 속임수를 사용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어요. 물론 마키아벨리 본인은 군주 한 명이 다스리는 공국보다 시민들이 정부를 결성하는 자유공화국을 선호했지만 후대에는 그의 이름이 거짓말과 독재의 상징이 되고 말았네요. 저자가 꼽은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거짓말쟁이는 바로 도널드 트럼프예요.
책 전반에 걸쳐 거짓말의 기술을 낱낱이 파헤치는 과정에서 트럼프의 능수능란한 거짓말이 기술이 종종 등장하지만 트럼프가 주된 소재는 아니에요. 저자가 원고를 집필하기 시작한 시점이 트럼프 당선 이후라서 정치인, 고위층이 내뱉는 거짓말이 얼마나 유해한지, 앞서 비유했던 암이라는 진단을 내리고 대중들에게 그 증상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닉슨 측 변호인 존 딘이 했던 말처럼 거짓말은 암과 같다는 점에서 우리는 거짓말의 실체를 제대로 알아야 해요. 현재 우리나라 역시 끊이지 않는 대통령의 거짓말로 인해 사회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이 퍼지고 있어요. 지난 대선 기간에 가족과 관련된 의혹에 대한 해명들이 전부 거짓말이라는 게 드러났으나 대통령실은 침묵을 지키고 있어요. 대통령 가족의 범죄 의혹들이 관련 재판에서 유죄로 판결되었지만 대통령은 자신의 거짓말에 대해 그 어떤 법적 처벌도, 정치적 책임도 지지 않고 있어요. 더군다나 정부에서는 오염수 방류에 대한 야당과 시민단체, 어민 등 이해관계자들의 비판과 우려를 괴담, 허위사실로 낙인 찍고 필요하다면 법적 제재도 가할 방침이라니,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해도 해도 너무한 것 같아요. 이 책에서는 거짓말이 정신건강은 물론이고 신체건강까지 망가뜨릴 수 있다고 했는데, 이미 겪고 있는 중이네요. 이 책이야말로 거짓말의 기술에 속지 않을 수 있는 백신이라고 볼 수 있어요. 거짓은 진실을 이길 수 없어요. 진실만이 거짓과 혐오 발언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해독제라는 저자의 말에 깊이 공감해요. 우리가 할 일은 거짓말쟁이에게 "너는 악랄한 거짓말쟁이야!"라고 외치는 거예요. 벌거벗은 임금님의 무능과 허영을 만천하에 알린 건 한 아이의 외침이었으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