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자들의 밤 안전가옥 FIC-PICK 6
서미애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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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잃어버린 자는 신이 된다.

고통을 창조하는 신.

만약 인간의 인생이 신기루에서 부는 한순간의 바람이라면,

그 한순간 불어닥친 바람은 ... 

마음을 다치게 했고 그 마음은 아무리 해도 나아지지 않았다." (333p)


지독하게 아프고 나면 몸뚱이의 존재가 확실하게 각인되면서 잠시 잊고 있던 마음의 고통을 저울질하게 되네요.

몸과 마음, 어느 쪽의 고통이 더 클까요. 그건 아파봐야 알 수 있지 않을까요. 단지 아무도 그 고통의 크기를 확인하고 싶지 않다는 것.

보이지 않는 고통을 느끼듯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는 수많은 괴물들이 존재하고 있어요. 제 상상력으로도 엄두도 못낼 것들이 이 소설 안에서는 여기저기 날뛰고 있네요.

《파괴자들의 밤》은 안전가옥 FIC-PICK 시리즈 여섯 번째 책이에요.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 있어요. 한국 장르 문단에 '미스 마플 클럽'이 존재한다는 것, 한국 미스터리를 대표하는 서미애, 송시우, 정해연, 홍선주, 이은영 작가님들이 모여 만들었다는 것. 이 책은 안전가옥과 '미스 마플 클럽'이 '여성 빌런'이라는 주제로 다섯 편의 단편을 모아 만든 앤솔로지라고 해요. 그래서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이야기들이 묘하게 닮은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어요. 서미애 작가님의 <죽일 생각은 없었어>, 송시우 작가님의 <알렉산드리아의 겨울>, 정해연의 <좋아서가 아냐>, 홍선주 작가님의 <나뭇가지가 있었어>, 이은영 작가님의 <사일런트 디스코>는 그 어떤 해석이나 판단이 필요 없는 것 같아요. 충격적인 장면에서 뇌 정지가 온 듯, 그냥 묵묵히 바라볼 뿐이에요. 여성 빌런, 악당, 괴물... 뭐라고 불러도 상관 없지만 다 읽고서 책을 덮을 때, 그제서야 '아하, 파괴자들의 밤이었구나.'라고 되뇌이게 될 거예요. 하지만 픽션 속 빌런은 현실의 빌런을 능가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사실 앞에 씁쓸해지고 마네요. 도저히 공감할 수 없는 악의는 끔찍한 재앙이에요. "그냥 X 같아서... 여태까지 내가 잘못 살았는데, 열심히 살라했는데 안 되더라고. 그냥 X 같아서 죽였습니다."라며 흉기를 든 채 웃었다는 그 남자가 저지른 만행, 그게 현실이라는 걸 믿고 싶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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