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프릴은 노래한다
엘리 라킨 지음, 김현수 옮김 / 문학사상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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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다시 십일월이었다.

모든 것이 죽었거나 잠들어 있었다.

그러고 보면 이곳은 언제나 십일월이었던 것 같다."

(630-631p)



인생을 계절에 비유하는 건 너무 뻔해보이지만 그래도 명료해서 좋아요.

서늘하다 못해 한기로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계절에는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해요.

누구나 견디기 힘든 시기가 있지만 부모의 품에서 보호받아야 할 아이들이 집 밖으로 내몰리는 건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사회적 비극이에요.

《에이프릴은 노래한다》는 엘리 라킨의 장편소설이에요.

주인공 에이프릴 사위키는 열여섯 살 소녀예요. 아빠가 포커 게임으로 따낸 모터 없는 캠핑카에서 혼자 살고 있어요. 에이프릴의 아빠는 여자친구인 아이린의 집에서 아이린의 어린 아들과 함께 살고 있어요. 아직 미성년인 딸을 내버려둔 채 신경도 쓰지 않는 아빠에게 화가 난 에이프릴은 캠핑카를 찾아온 아이린에게 못된 말을 퍼부었고, 아빠는 에이프릴에게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했어요. 에이프릴이 했던 말들이 아이린과 아빠에게 상처를 준 건 맞지만, 그래도 에이프릴의 기타를 부셔버린 건 너무했어요. 열여섯 살 생일 선물로 준 아빠의 기타, 그건 아빠에게 더 이상 필요없는 물건일진 몰라도 에이프릴에겐 유일하게 행복했던 추억과 가수가 되고 싶은 꿈이 담긴 소중한 보물이었다고요.

에이프릴은 아빠가 아이린에게 사준 중고차에 모든 걸 다 챙긴 뒤, 리틀 리버를 떠났어요. 정처 없이 달리다가 멈춘 곳이 이타카에 위치한 캠핑장이었어요. 세상에 혼자 남겨진 에이프릴은 이타카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는데...

겨우 열여섯 살 소녀가 감당하기엔 가혹한 현실이라 읽는 내내 안타까웠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제발 뭔가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랐던 것 같아요. 에이프릴이 애덤의 집에서 샤워를 하고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나는 춥지 않았고, 더럽지 않았고, 배고프지 않았고, 행복했다.' (222p)라고 했을 때는 마음이 아팠어요. 대단한 걸 바라는 게 아닌데, 그저 평범한 일상이 왜 에이프릴에게 허락되지 않는 건지. 피붙이 혈육으로 연결된 가족이 아이에게 안전한 울타리를 제공하지 못하면서 불행이 시작되는 것 같아요. 에이프릴은 얼마든지 나쁜 길로 빠질 수 있었지만 음악이 삶을 지탱해줬고, 희망을 줬어요. 이타카에서 에이프릴은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처음으로 안정감과 소속감을 느꼈어요. 자기가 지키고 싶은 사람들이 생겼다는 건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에요. 삶의 뿌리가 깊이 자리잡는 순간이니까요. 흔들리거나 두려워지는 때에 자신을 꽉 붙들어줄 뿌리가 생긴 거예요.

"나는 그를 안고 모든 게 다 괜찮아질 거라고 말했다. 그게 내가 상처를 받을 때마다 누군가에게서 듣고 싶었던 말이기 때문이다." (547p)

본인도 아프면서, 타인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그 마음에 감동했어요. 십일월 같은 인생을 살았지만 자신의 이름처럼 주변 사람들에겐 따사로운 봄 햇살 같은 에이프릴,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세상을 향해 노래하는 에이프릴, 우리는 그 노래를 들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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