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너머의 세계들 문 너머 시리즈 1
섀넌 맥과이어 지음, 이수현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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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오후였던 것 같아요. 더워서 마루에 벌렁 누운 채 얼핏 잠든 건지 이상하게 누워 있는 '나'라는 존재가 엉뚱한 세계에 떨어졌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꿈이라기엔 너무 생생해서 그냥 상상한 거라고, 어릴 때의 추억이라고 넘겼는데 이 소설을 읽다가 번쩍했네요. 아이들의 꿈과 환상이 사라지는 어느 지점, 아마 그때 문이 닫힌 게 아닐까라는...

《문 너머의 세계들》 은 섀넌 맥과이어 작가님의 판타지 소설이에요.

이 소설에는 '방황하는 아이들을 위한 엘리노어 웨스트의 대안 학교'가 등장해요.

교장이라고 할 수 있는 엘리노어는 특별한 아이들을 돕고 있어요. 바로 문 너머 세계를 다녀온 아이들, 그러나 현실에선 공상에 빠져 헛소리를 떠드는 미친 사람 취급을 당하고 있어요. 신기하고 이상한 문 너머의 세계가 어떤 곳이냐고요? 그건 간단하게 설명할 수가 없어요. 왜냐하면 아이들마다 경험한 세상이 다르기 때문이에요. 그러니 아이들끼리도 서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그야말로 이상하지만 재미있는 판타지 세계라면 <문 너머의 세계들>은 다소 어둡고 잔혹하면서도 신비로운 매력이 있어요. 마법 세계로 추측되는 그곳을 가기 위한 문이 이 모든 이야기의 열쇠인 것 같아요. 문을 통해 마법 세계로 들어갔던 아이들은 현실로 돌아와 괴로움을 겪고 있어요. 다시 문 너머로 가는 방법을 찾으려 애쓰고 있어요. 현실의 집을 낯설게 느끼면서 문 너머의 세계가 진짜 집이라고 여기는 아이들이 어쩐지 안쓰러웠어요. 부모들은 문 너머의 세계를 다녀온 아이가 가짜라고 여기는 것 같아요. 본인들이 사랑했던 아이의 모습으로 돌아오길 바라고 있어요. 이상하게 달라진 아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거죠. 그래서 앨리노어 기숙학교에 보낸 거고요.

"너희가 하는 말은 하나도 못 알아듣겠어." 낸시가 말했다.

"로직? 난센스? 위키드? 그게 대체 무슨 뜻이야?"

"방향이야. 아니면 방향에 준하는 뭔가라고 할 수도 있겠지." 잭이 몸을 앞으로 내밀더니, 유리잔 밑에 동그랗게 남은 물기를 집게손가락으로 훑은 후에 그 물로 테이블 위에 교차선을 그렸다. "여기, 소위 '현실 세계'에는 북쪽, 남쪽, 동쪽, 서쪽이 있지. 그렇지? 이런 방향은 우리가 지금까지 목록화한 문 너머의 세계들 대부분에 적용되지 않아. 그래서 우린 다른 말을 쓰지. '난센스, 로직, 위키드, 버츄 (각각 비논리/논리, 사악함/도덕적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이 방향들은 실제 선악이라기보다는 D&D 게임의 플레이어 성향과 비슷하다. 특히 위키드/버츄의 가치관에서 작가는 빅토리아 시대 여학교 분위기를 의도했다 - 옮긴이 주)'. 그보다 덜 중요한 하위 방향이랄까, 어디론가 이어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작은 가지들도 있기는 한데 이 넷이 제일 큰 가지야. 대개의 세상은 비논리 수준이 높거나 아니면 논리 수준이 높고, 거기서부터 근본적으로 어느 정도의 도덕적인 정도가 정해지게 돼. 놀랍도록 많은 난센스 세계가 도덕 수준도 높아. 살짝 심술궂은 정도를 넘는 악의를 가지려면 집중을 오래해야 하는데, 난센스 세계들은 그럴 수가 없나 보더라고." (67-68p)

낸시는 문 너머에서 망자의 군주를 섬겼고 그곳에 영원히 있을 예정이었는데, 확신을 얻어야 한다고 해서 돌아왔다가 영영 못 가는 신세가 되었어요. 이를 이해할 리 없는 부모님은 낸시가 정신적으로 아프다고 여겼고, 이 학교로 보낸 거예요. 낸시의 룸메이트인 스미가 누군가에게 살해를 당하면서 아이들은 공포에 떨며 서로를 의심하게 되는데, 과연 누가 왜 이런 일을 벌인 걸까요. 문 너머의 세계들은 여러 가지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어요. 어쩌면 그것이 모든 비밀의 시작이자 끝일 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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