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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책과 한국 현대사 이야기 - 책은 어떻게 지금의 우리를 만들었나, 개정판
부길만 지음 / 유아이북스 / 2023년 7월
평점 :
"절망의 순간에도 이어진 책의 발자취"
이 문구를 본 순간, 지금이야말로 이 책을 읽어야 할 적기구나 싶었어요. 우리에게 책은 어떤 의미일까요. 단순히 읽을 거리, 수단이나 도구로서의 개념을 넘어 역사를 통해 되짚어볼 필요가 있어요. 책은 인류의 위대한 발명품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서구 문명의 발전은 인쇄술의 발명과 함께 널리 보급된 책이 결정적 요인 중 하나였다고 볼 수 있어요. 특권층을 벗어난 책은, 민중들에게 새로운 사상과 지식이 흐르도록 물꼬를 터주고 연결해주는 매개체 역할을 했어요.
우리나라는 유독 근현대사가 격동의 시대라고 불릴 정도로 굴곡이 많았어요. 솔직히 처음 한국사를 배울 때는 이 시기가 너무 싫었는데, 불굴의 민족 혼을 발견한 뒤로는 생각이 바뀌었어요. 무능하고 부패한 건 정부였지, 우리 민중들은 현명하고 용감했어요. 목숨 바쳐 나라를 되찾고자 했고, 우리말과 글을 지켜내고자 적극적으로 출판 활동을 해왔어요. 식민 통치나 전쟁 상황에서도 책을 만들었다는 건 놀랍고도 자랑스러운 역사예요. 바로 그 현대 한국 출판의 뿌리를 살펴보는 책이 나왔어요.
《우리 책과 한국 현대사 이야기》 는 근현대 시기의 한국과 우리 출판 이야기를 담은 책이에요.
원래 이 책에 실린 내용들은 저자가 2012년 가을부터 2019년 겨울까지 7년 동안 계간 《시와 문화》에 연재한 글들을 다시 정리하여 2021년 출간했는데, 이번에 새롭게 개정판이 나온 거예요. 출판의 역사를 일제강점기부터 1970년대까지 다양한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어요.
당연한 듯 여겨지는 것들을 빼앗겼을 때,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모두가 깨달았듯이 무엇이 소중한지를 새삼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저자는 나라를 빼앗긴 시기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어요. 한국은 왜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는가. 국력이 약한 탓이라고 하기엔 태국과 비교가 된다는 거죠. 태국은 내부의 단결과 세력균형 외교로 식민지가 되지 않았는데, 19세기 한국은 무능하고 부패로 일관한 정부와 내부의 분파 간 권력다툼 속에 국토를 열강의 전쟁터로 내주었고, 그 전쟁의 승리자에게 국권을 빼앗기는 치욕의 역사를 만들었다는 거죠. 안타깝게도 우리는 해방 이후 친일파 청산을 하지 못한 채 현재에 이르렀고, 굴욕적인 대일외교를 펼치는 정부를 목격하고 있어요. 구한말에는 지배층의 부패와 탐욕을 막아낼 수 있는 민중세력의 힘이 미약했지만 지금은 달라졌어요.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으려면 국민적 자각이 중요한데, 우리 현대사에서 책이 그러한 역할을 해왔어요. 일제의 출판 탄압이나 독재 정권의 검열은 동일한 목적으로 행해졌고, 필연적으로 민중의 저항을 불러왔어요. 정치적으로 독제체제가 강화되던 1970년대 정부는 표현과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며 출판업계를 규제했지만 오히려 출판사 수는 더 늘어났다고 해요. 치열하게 저항하며 깨어있던 사람들 덕분에 지금의 우리나라가 발전할 수 있었어요. 다만 21세기 우리의 출판 상황은 녹록치않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간절하게 책을 만들었던 시기를 돌아보며 소중한 것을 잃지 않도록 다잡는 계기를 마련해주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