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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역사 (리커버) - '공무도하가'에서 '사랑의 발명'까지
신형철 지음 / 난다 / 2022년 10월
평점 :
품절
한 문장이 마음에 꽂혀 읽게 된 책이에요.
"우리는 어떤 일을 겪으면서, 알던 시도 다시 겪는다." (8p)
읽다 보니 모든 문장 하나하나에 마음이 움직였네요. 시를 읽는 일이 새롭게 느껴질 정도로 좋았어요.
또한 이 책이 2022년에 만들었다는 사실을 그 한 사람에게 선물하고 싶다는 뜻이라는 것, 그리고 '인간이라는 직업' (알렉상드르 졸리앵)을 가진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말에 감동했네요.
《인생의 역사》 는 문학평론가 신형철님의 시화 詩話 , 시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책이에요.
원래 2016년 한 해동안 한겨레에 연재했던 '신형철의 격주시화'를 바탕으로 다듬고 엮은 것이라고 해요.
이 책에는 저자가 꼽은 시와 이야기가 있어요. 「공무도화가」에서 황동규 시인의 최근 시까지, 그리고 에필로그에는 박준 시인의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라는 시집에 실린 시의 문장들을 곱게 펼쳐 보여주네요. 저자는 "시인 박준은 시를 쓰는 사람만이 아니라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이며, 미래를 내다보는 일로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 (312p)이라면서 나의 현재를 당신의 미래에 선물하는 마음을 '돌봄'이라고 해석하고 있어요. "돌보는 사람은 언제나 조금 미리 사는 사람이다. 당신의 미래를 내가 먼저 한번 살고 그것을 당신과 함께 한번 더 사는 일." (317p) 이라고 표현했는데, 이 책에서 만난 모든 시들이 마음을 토닥여줘서 보살핌을 받는 느낌이었어요. 그냥 시를 읽었더라면 얕게 스쳐갔을 의미들이, 저자의 이야기 덕분에 마음 깊이 살펴보는 시간이 되었네요. "시를 읽는 일에는 이론의 넓이보다 경험의 깊이가 중요하다" (8p) 라는 저자의 말에 백번 공감했어요. 지금 나이에 이르러, 겨우 시를 읽을 줄 알게 되었으니 말이에요.
그러나 이제 고백하자, 시인하자.
쓴다는 것, 써야 한다는 생각이 없었더라면
내 삶은 아주 시시한 의미밖에 갖지 못했으리라는 것,
어쩌면 내 삶이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았으리라는 것.
오 쓴다는 것, 써야 한다는 생각에276
내가 얼마나 높이높이 내 희망과 절망을 매달아 놓았던가를
내가 얼마나 깊이깊이 중독되어왔던가를
이제 비로소 분명히 깨달을 수 있겠구나.
- 「워드 프로세서」 부분, 최승자 (276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