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더 케이지 : 짐승의 집
보니 키스틀러 지음, 안은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6월
평점 :
충격적인 첫 장면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어요.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그 시각 그곳에 있었다는 게 그저 우연일까요. 너무 소름끼치는 타이밍이네요.
주인공 셰이 램버트는 꼼짝 없이 덫에 걸리고 말았어요.
패션업계 거물 기업인 클로딘 드 마르티노 인터내셔널 법무팀 변호사로 취직한 그녀는 주말에 늦게까지 일했고, 엘리베이터 앞에는 반대쪽 사무실 여자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말을 걸어도 대답이 없었어요.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고, 갑자기 정전이 되면서 갇혔는데 잠시 뒤 총이 발사됐고 사람이 죽었어요. 죽은 사람은 루이 카터 존스, 회사 인사부 총괄 부장이에요. 셰이는 그녀의 핸드폰으로 911 신고를 했고, 자살하려는 그녀를 막으려고 했지만 실패했어요. 고장난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셰이는 살인용의자가 되고 말았어요. 이제 셰이는 변호사로서 자신의 무죄를 증명해야만 해요. 눈앞에서 사람이 죽는 걸 목격했다는 자체도 끔찍스러운데 살인 누명을 썼다는 건 공포와 불안이 최고치일 것 같아요.
《더 케이지 : 짐승의 집》 은 보니 키스틀러의 장편소설이에요.
저자는 실제로 기업 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라고 해요. 대표 작품은 『하우스 온 파이어 (2019)』, 『더 케이지 (2022)』 , 『그녀 (2023)』 인데 변호사가 주인공인 소설을 이토록 멋지게 완성해냈다는 점에서 놀랍네요. 소설과 현실의 경계가 어디쯤일지 궁금하네요. 분명한 건 현실이 소설보다 더 잔인하다는 거예요. 아무것도 모를 때는 범죄 드라마나 스릴러 영화가 주는 공포를 즐길 수 있었는데, 뭔가 알게 된 다음부터는 정신이 번쩍 들었던 것 같아요. 이건 즐길 수 있는 차원의 공포가 아니라는 자각을 했던 거죠. 설마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겠냐고? 당연히 가능한 일이지, 그걸 아니라고 생각했다면 순진한 착각인 거죠. 주인공 셰이 램버트를 통해 억울한 누명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는 고통을 목격하게 될 거예요. 변호사인 그녀는 순진하게도 자신의 입장에서 진실을 밝히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점점 상황이 심각하게 흘러가면서 누군가 반대 방향으로 사건을 조작하고 있다는 의심을 하게 되는데... 하필이면 엘리베이터 안에 갇히다니! 더 케이지, 우리, 짐승의 집, 이 단어들이 지닌 의미를 곱씹어 보게 되네요. 자본주의의 어두운 현실은 엄연히 존재하며, 누구든지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것, 당신도 예외일 순 없어요. 가만히 있다간 잡아먹히기 십상이죠. 그러니 잡아먹히지 않으려면 치열하게 싸워야 해요. 과연 적은 어디에 있을까요.
"나와 함께 일합시다. 일로써 갚으세요. 당신은 뛰어난 변호사입니다. 예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노스스타 문제도 도와주셨잖아요. 여기까지 오게 된 건 당신 덕분입니다."
"그건 노예제도나 다름없잖아요."
"세상 사람 다 그러고 삽니다. 다들 누군가를 위해서 일하잖아요. " (293p)
"자본주의라는 것은 자본의 착취에 의존하는 법이지. 거기에는 인적자본도 포함되고."
"난 잘 모르겠어..."
"그냥 정도의 차이일 뿐이야. 차등제 같은 거지. 한쪽 끝에는 어선에서 일하는 그런 사람들이 있는 거고, 다른 쪽 끝에서는 자네나 젊은 변호사들이 파트너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하루에 스무 시간씩 일하는 거야. 모두가 착취당하고 있는 거라니까. 최저임금 노동자, 무급 인턴 등 그 모든 사람들이 말이야." (341p)
"우리, 갇힌 거 같은데요. '우리'에 갇힌 거예요. 그러니 이제 이게 어떤 기분인지 아시겠네요." (399p)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