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없는 사진가
이용순 지음 / 파람북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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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없는 사진가》 는 이용순 작가님의 책이에요.

이 책은 사진가인 저자의 손에 카메라 대신 펜이 들려 있었던 2년 반이라는 시간의 기록이에요.

은행원 조 씨와의 인연이 끔찍한 악연이 되었던 사연을 보면서 기막히고 억울한 심정이 이런 거구나 느꼈어요. 서로 안면을 튼 정도의 친분에서 호의로 도와준 일이 그를 공범으로 만들었고, 꼼짝없이 갇히는 신세가 되었다고 하네요. 교도소에 갇힌 사람들치고 억울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지만 정말 누명을 쓴 거라면 몇 배로 더 가슴에 한이 맺힐 것 같아요. 무죄라고 주장한들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상황, 그건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의미일 거예요. 한순간에 죄수가 되어버린 저자는 감옥에서 글쓰기를 통해 마음의 사진을 찍었고, 그 사진들이 한 권의 책이 되었네요.

"사진은 분명 기억이다.

그리고 그 기억은 가슴으로부터 토해지는 것이어야 한다.

... 요즘의 나는 종종 시를 쓴다. 나는 결단코 나의 시가 언젠가는,

누구에게는 사진으로 환원되어 보이기를 바란다.

나는 사진가이기 때문이다.

... 그래서 시는 사진이다. 그러므로 카메라를 가지고 있지 않아도 나는 사진가다." (29-30p)

영화나 드라마 속 장면이 아니라 실제로 갇혀 지낸 당사자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네요. 바깥 세상에서 바라본 그들은 죄수라는 하나의 카테고리에 묶여져 일말의 동정심도 생기지 않아요. 근데 저자의 사연을 알고 그가 겪은 고립감과 고통을 접하게 되니 '지옥'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네요. 시카고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뉴욕대학교 대학원에서 사진을 전공했던 그의 인생이 이토록 비참하게 바닥을 치다니, 남의 인생인데도 이렇게 답답하고 화가 나는데 본인은 오죽했을까 싶네요. 형이 확정될 무렵 어느 친구가 보낸 편지에 "Thoughts are free" 라는 구절이 있었는데, 수용 생활을 하면서 내린 결론은 생각은 자유가 아니라 고통을 동반하므로 "Thoughts are not free" (91p) 였다는 거예요. 가고 싶은 곳을 상상하고,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하고, 보고 싶은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었다고요. 그때의 아프고 힘든 경험 때문일까요. 그가 세상에 나와 찍은 사진들, 책 속에는 비 오는 날 바다를 찍은 사진이 인상적이에요. <비 오는 날>이라는 제목이 없었다면 비가 온다는 걸 전혀 몰랐을, 파도치는 바다의 모습이 보여요. '비'는 저자의 마음이겠지요. 잘 보이지 않아도 쏟아지는 슬픔들, 결국 바닷물이 되어버릴 그 빗방울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일 테죠. 잠시 우산으로 비를 막을 순 있겠지만 내리는 비를 어찌 막을 수 있겠어요. 왠지 가슴 한 켠이 저릿해져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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