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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shing From Afar 고대하다 연연하다 성찰하다 - 한국대표시인54인선집
이영희 그림, 이소정.이덕원 옮김 / 맥스미디어 / 2023년 6월
평점 :
시를 읽는 기쁨을 아시나요.
깊은 우물 속에 두레박을 내리듯이, 마음 깊숙히 들어가보니 시의 언어가 조금 이해됐고 시가 주는 위로를 받았네요.
《Wishing From Afar 고대하다 연연하다 성찰하다》는 한국대표시인 54인 선집이에요.
이 책은 이소정님과 이덕원님이 영어로 번역한 아름다운 한국시 모음집이에요. 두 사람은 부부이며, 일주일에 한 편씩 영어로 번역하는 프로젝트를 2년 동안 진행하며 112편이 모였고, K-콘텐츠가 대세가 된 지금 시점에서 문학을 사랑하는 세계인들에게 한국인이 사랑하는 시를 소개하고 싶었다고 하네요. 한국인이 사랑하는 대표시인 54인의 시들이 그림과 어우러져서 예쁜 시화집이 된 것 같아요.
이 책은 우리에게도 특별한 선물이에요. 시를 잊은 사람들에게 다시금 시를 읽는 기쁨을 알려주고 있으니까요. 제목처럼 고대하는 마음, 연연하는 마음 그리고 성찰하는 마음이 담긴 시들을 만날 수 있어요.
비가 오는 날에는 윤동주 시인의 <소낙비>를 읽어보면 어떨까요. "번개, 뇌성, 왁자지근 뚜드려 / 머언 도회지에 낙뢰가 있어만 싶다. / 벼룻장 엎어논 하늘로 / 살 같은 비가 살처럼 쏟아진다. / 손바닥만 한 나의 정원이 / 마음같이 흐린 호수되기 일쑤다. / 바람이 팽이처럼 돈다. / 나무가 머리를 이루 잡지 못한다. / 내 경건한 마음을 모셔 들여 / 노아 때 하늘을 한 모금 마시다." (126-127p) 마구 쏟아지는 비를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더 가라앉기도 하지만 어지러운 생각들이 싹 씻겨나가는 기분이 들 때도 있어요. 시인은 소낙비를 경건한 마음으로 모셔 들이고 있네요. 세상에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되네요. 일상의 깨달음을 언어로 적어낼 수 있다면 아름다운 시가 될 텐데, 아직은 언어가 덜 영글어서 엄두를 못내겠어요. 시의 언어를 교감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어요. 언젠가는 한줄의 시를 쓰고 싶어요. 김용택 시인의 <한줄로 살아보라>는 시를 읽으면서 한줄의 시를 쓰고, 한줄로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마음이 정원이라면 시는 씨앗이자 꽃이고 나무라고, 마음이 호수라면 시는 바람이라고... 시가 주는 기쁨을 누릴 수 있는 멋진 책을 만났요. 나태주 시인은 <시>에서 "그냥 줍는 것이다 / 길거리나 사람들 사이에 / 버려진 채 빛나는 / 마음의 보석들." 이라고 표현했네요. 두 사람이 영문으로 번역했듯이 우리는 각자의 언어로 시 안에 담긴 의미를 되새겨보면 좋을 것 같아요. 반짝반짝 빛나는 마음의 보석들이 여기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