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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의 쓸모 - 인류의 과거, 현재, 미래를 읽는 21세기 시스템의 언어 ㅣ 쓸모 시리즈 3
김응빈 지음 / 더퀘스트 / 2023년 6월
평점 :
"'생명시스템'은 무엇이고, '시스템생물학'은 어떤 학문인가요?"
'생명시스템대학 시스템생물학과'라는 내 소속 기관 이름을 두고 자주 받는 질문이다.
이에 대한 내 답변은 간단명료하다. "그냥 시스템을 빼보세요."
그러면 대부분 "아, 생명대학 생물학과"라며 고개를 끄덕인다.
더러는 왜 '쓸데없이' 시스템을 넣어서 괜히 어렵게 만들었냐고 볼멘 투로 되묻기도 한다.
그러면 나는 내심 쾌재를 부른다. "당신은 낚였다!" 절대로 조롱하는 것이 아니다.
진솔한 대화를 나눌 통로가 열린 것을 기뻐함이다.
사실 물음표(?)는 매번 우리를 낚는 바늘(¿)이다. (7p)
과학 관련 책을 읽으면서 웃음이 터지는 경우는 드문데, 저자의 말에 바로 "낚였다!"고 봐야겠네요.
단순한 호기심이든 학구적인 열정이든 이 책을 펼쳤다는 건 낚인 바늘을 하나씩 빼가며 무엇을 낚았는지 확인하는 흥미로운 과정이 될 테니까요.
어쩐지 낚싯바늘이라는 비유가 절묘하게 들어맞네요. 낚시를 하듯이, 지루하고 따분할지 아니면 짜릿한 손맛을 느낄지는 두고보면 알아요.
《생물학의 쓸모》는 생물학에 관한 다섯 가지 이야기를 담은 책이에요.
이 책은 '아하, 생물학이란 이런 것이구나.'라는 걸 알려주고 있어요. 모든 학문의 쓸모는 오직 배우는 자의 몫이 아닐까요.
생물학을 뜻하는 Biology 는 각각 생명과 학문을 의미하는 bios 와 logos 가 합쳐진 말이래요. 흥미롭게도 고대 그리스에서 bios 라는 단어를 음절 앞쪽에 강세가 있으면 '활', 음절 뒤쪽에 강세가 있으면 '생명'이란 뜻으로 사용했는데, 고대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활이 생명을 뜻하지만, 하는 일은 죽음이다" (12p)라는 경구를 남겼대요. 저자는 옛 철학자의 언어유희에서 생명과 죽음이 실상 하나임을 알려주고 있어요. 생물학은 관찰과 실험이 가능한 생명현상에 근거해 생물의 특성을 탐구하며, 이 과정에서 생명현상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생명시스템을 구성 부분들로 나누어 분석하는 거래요. 그래서 이 책에서는 세포, 호흡, DNA, 미생물, 생태계라는 다섯 가지 키워드로 생물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생명현상을 나타내는 최소 단위인 세포로 시작하여 살아있음의 증거인 호흡을 거쳐, 인류의 기원을 읽는 인간게놈프로젝트와 미생물 연구, 그리고 이 모든 걸 망라하는 생태계까지 기본 개념과 최신 기술을 함께 만날 수 있어요. 생물학, 과학은 우리를 어디로 이끌고 있는가.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과학의 발전은 수많은 과학자들의 헌신적인 실험과 연구를 통해 가능했고, 추론과 가설은 실험을 통해 증명함으로써 권위를 얻었어요. 과거에 미생물은 박멸해야 할 병원체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미생물 연구를 통해 무궁무진한 쓸모를 찾아내고 있다는 것, 이렇듯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탐구하는 생물학자들 덕분에 우리는 새로운 세계로 나아갈 수 있어요. 그래서 《생물학의 쓸모》는 우리에게 과학이 건네는 놀라운 선물 보따리를 친절하게 풀어주고 있어요. 결국 생물학의 매력을 발견하게 되는 책이네요.
"생태계에서, 생산자에서 출발한 물질은 어디를 통과하든지 간에
최종적으로 분해자에게 모였다가 다시 생산자에게로 돌아온다.
궁극적으로 모든 생명체는 죽음을 맞이하고,
그 사체가 분해되어 생산자가 새로운 영양분을 만드는 원료로 다시 쓰이기 때문이다.
산 자와 죽은 자를 연결하는 분해자의 역할은 세균과 곰팡이를 비롯한 미생물만이 해낼 수 있다.
한마디로 지구에서 눈에 보이는 모든 삶은 보이지 않는 미생물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뜻이다.
... 2010년대 초반 인터뷰에서 러브록은 자기 직업을 '행성 의사'라고 새롭게 소개하고,
가이아의 복수가 이미 시작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류의 산업문명 때문에 발생한 기후변화를 이대로 방치한다면
인류는 21세기가 끝나기도 전에 유명을 달리할 것이고,
극소수만이 극지방 정도에 살아남을 것이라는 암울하고 섬뜩한 진단을 내놓았다.
러브록은 103세가 되던 2022년 7월 26일에 영원히 눈을 감았다." (205p)
일본의 핵오염수 방류에 관해 과학적으로 안전하다는 거짓말은 더 이상 통하지 않아요. 방사능 물질이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당장 확인할 수 없다고 해서 안전하다는 결론은 무책임하고 무지한 태도예요. 위험한지 아닌지 모를 때는 일단 위험하다고 전제하는 게 과학적 태도인데, 현재 정부는 학자들을 데려다가 과학의 이름으로 거짓 안전을 떠들고 있네요. 해양의 생물과 생태계가 파괴된다면 인류의 건강에도 재앙을 초래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 걸, 정말 모르는 걸까요. 아니면 그들만 예외라고 착각하는 걸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