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림의 연인들 안전가옥 쇼-트 18
김달리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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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핀다?

보통의 경우는 육체적인 것을 바람이라고 하는데, 정신적 바람이라면 어떨까요.

그 어느 쪽이든 바람은 곧 배신이니까, 서로의 관계는 끝났다고 볼 수 있어요. 깔끔하게 돌아서면 끝날 일이지만 연인 혹은 부부라면 복잡한 감정들이 얽혀 있으니 어려운 거죠. 사랑이 뭘까요. 애초에 사랑이 사랑이라는 걸 확실히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 사랑 때문에 괴로울 일은 없지 않을까요. 착각과 오해, 숱한 갈등을 거치고서야 그게 사랑이 아니었다고 알게 되는 건 너무 슬픈 일이에요.

《밀림의 연인들》 은 김달리 작가님의 소설이에요.

주인공 고다미, 첫 문장부터 훅 들어오네요. "내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 것 같다. 아니, 바람을 피운다." (7p)

메타버스 가상현실 플랫폼 '밀림'에서 남편이 바람을 피운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내의 이야기예요. 디지털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부부의 세계가 펼쳐지네요. 불륜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로 시작하지만 결국은 '마음의 문제'를 다루고 있어요. 다미의 남편 석영은 현실이 아닌 가상세계 밀림에서 초코페라는 아이디의 여자와 사랑을 속삭이고 있어요. 다미는 남편의 불륜 상대인 초코페를 찾기 위해 밀림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원래 그녀는 가상 세계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한번도 접속한 적이 없었어요. 놀랍게도 밀림은 현실을 그대로 옮겨온 세계였어요. 가상 세계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다미에겐 현실적으로 느껴졌어요. 그녀를 통해 본 밀림의 세계는, 지금 우리의 현실에서 그리 멀지 않은 미래라는 점에서 살짝 소름이 끼쳤네요.

인간의 욕망이란 그 끝을 알 수 없는 것 같아요. 다미와 석영, 초코페 그리고 초영까지 이들의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마음들이 강렬하고도 자극적이네요. 마치 VR 처럼 생생하게 펼쳐지는 이야기, 영상이 아닌 글을 통해 상상할 수 있어서 그들의 마음이 더 잘 보였던 것 같아요.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아주 중요한 깨달음이 있어요. 현실이든 가상 세계든 마음의 문제는 본질적으로 같다는 거예요. 겉으로 드러난 문제에 한눈이 팔려서 진짜 문제를 외면해선 안 될 것 같아요. 결국 마음을 모르고서는 그 어떤 사람도, 세계도 이해할 수 없다는 걸, 더 늦기 전에 그 마음을 알아보려고요.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 열여덟 번째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본질을 조금이나마 탐색해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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