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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디프, 바이 더 시 - 조이스 캐럴 오츠의 4가지 고딕 서스펜스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이은선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5월
평점 :
《카디프, 바이 더 시》는 조이스 캐럴 오츠의 소설이에요.
처음엔 카디프가 주인공의 이름이고, 특별한 인생 이야기를 담은 장편소설이거니 추측했어요.
결론적으론 둘 다 틀렸어요. 이 책에는 조이스 캐럴 오츠의 중편소설 네 편이 실려 있어요. <카디프, 바이 더 시>, <먀오 다오>, <환영처럼 : 1972>, <살아남은 아이>, 각 작품에는 가장 안전해야 할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과거와 현재의 끔찍한 위협을 직면한 네 명의 여성들이 등장해요.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네 가지 형태의 가족 잔혹극이라고 볼 수 있어요. 저마다 사연은 다르지만 불행과 공포로 빚어진 이야기들이에요.
만남에 있어서 첫인상이 강렬한 느낌을 주듯, 첫 번째 소설의 주인공 클레어에게 가장 몰입했던 것 같아요. 그녀의 성격, 성향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장면을 보면서 달팽이를 떠올렸어요. 연약한 몸을 단단한 껍질 속에 숨기는 달팽이는 성장하면서 몸 크기에 맞춰 껍데기를 늘려간다고 해요. 정작 그녀는 자신을 거미줄 안에 걸린 고치로 여기고 있어요. 누구와도 비밀을 나누지 않는 고치.
폭우가 쏟아지는 4월의 어느 날 오전, 클레어는 뜻밖의 전화를 받게 돼요. 받을까 말까, 유선전화라서 망설이는 그녀의 모습에서 조심성이 느껴져요. 전화를 건 사람은 자신을 메인주 카디프에 있는 한 로펌 소속 변호사라고 소개하면서, 메인주 카디프에 사셨던 모드 도니걸이 그녀의 친할머니이며, 여든일곱을 일기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했어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사람의 유산을 상속받게 된 서른 살의 클레어, 얼핏 보면 행운 같지만 모든 건 드러나봐야 알 수 있는 법이죠.
그녀는 살면서 메인주 카디프라는 곳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없어요. 지도책에서 메인주 카디프를 찾아보니, 대서양 바로 옆에 위치해 있고 예전에 스코틀랜드에서 건너온 이주민들의 정착지였으며, 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면 작은 도시 카디프가 있어요. 입양아였던 클레어는 입양한 집안의 할아버지, 할머니와는 교류가 없어서 친구들이 당연한 듯 부르는 할아버지, 할머니라는 호칭의 다정함을 이해할 수 없어요. 이미 세상을 떠난 친할머니의 존재를 알게 된 지금, 그동안 애써 덮어뒀던 친부모와 핏줄에 대한 궁금증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하는데... 알고 싶나요, 카디프의 비밀.
"카디프의 이름이 원래 카디프 바이 더 시였던 거 아세요?
하지만 이제는 아무도 그렇게 부르지 않고 대부분의 주민들은 그 이름을 잊어버렸죠." (88p)
조이스 캐럴 오츠의 작품은 처음인데, 굉장히 충격적이네요. 끔찍한 비극의 현장이 눈앞에 소환되어 완전히 얼어버렸네요. 당신에겐 두 가지 선택권이 있어요. 볼까, 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