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스 고스트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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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그걸 읽었습니다."

"그거라니요?"

"니체요. 동우회에서 니체가 화제에 오른 건 진짜겠죠.

사토미 씨와 이야기하던 중 언급된 후부터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다시 읽기 시작했는데,

사건 후에도 계속 읽었거든요. 그러다 요새 들어 팍 꽂힌 구절이 있었어요."

나는 휴대전화를 꺼내 메모장 앱에 들어갔다. 마음에 든 구절을 베껴서 적어놓았다.

이 세계의 비애는 깊다,

기쁨은 깊은 고뇌보다 더 깊다.

비애가 말한다. 사라져라!

그러나 모든 기쁨은 영원을 소망한다.

(481p)


《페퍼스 고스트》는 이사카 고타로의 소설이에요.

저자는 우연한 계기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다시 읽었고, 소설 속 등장인물들에게 그 사상을 반영해보고 싶었다고 하네요.

아참, 니체가 쓴 소설은 어렵지만 이사카 고타로의 소설은 재미있어요. 비말 감염으로 미래를 볼 수 있는 국어 교사 단이 자신의 반 학생 사토미가 큰 사고를 당하는 미래를 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예요. 특별한 초능력이 주는 독특한 재미가 있어요. 여기에 단의 또 다른 반 학생인 후토가 쓴 소설 이야기가 교차로 진행되면서 색다른 긴장감을 주고 있어요. 후토의 소설에는 고양이를 학대한 사람들을 찾아내 복수하는, 자칭 '고양이를 지옥에 보내는 모임' 줄여서 '고지모' 사냥꾼인 러시안블루와 아메쇼가 나오는데 그 전개가 흥미롭네요. 소설 속 소설인데,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현실인지 구분이 안 되는 상황이거든요. "제가 말했잖아요. 우리는 소설 속에 있는 거라니까요." (276p)

주인공 단 선생님은 후토 마리코의 소설을 읽다가 러시안블루와 아메쇼라는 두 사람이 자기 맞은편 소파에 앉아 이야기하고 있는 장면을 보게 돼요. 이때 페퍼스 고스트라는 말을 떠올리는데, 연극 무대나 영상 분야에서 사용하는 기술 중 하나로 페퍼라는 사람이 고안한 것으로, 플로팅 홀로그램이라고 해요. 무대 위에 기울어진 투명 스크린을 설치한 뒤 이 스크린에 비친 영상이 마치 홀로그램처럼 보이도록 관객들의 눈을 속이는 기술이에요. 착시 효과를 이용한 무대연출이라서 19세기인 그 당시엔 마법으로 보였을 거예요. 다른 곳에 숨겨진 물체가 마치 그곳에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 눈앞에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핵심이 아닐까요. 어쨌든 단 선생님의 상황은 훨씬 더 복잡하네요. 이건 마치 소설을 읽고 있는 독자의 입장과 비슷한 것 같아요. 이사카 고타로 작가님은 친절하게 비말 감염으로 인한 초능력은 존재하지 않지만 현실감 있는 설정도 포함되어 있으니 소설은 어디까지나 소설로 즐겨 달라고 이야기하네요. 맞아요, 그 점이 우리가 소설을 읽는 이유라고 할 수 있어요. 가공의 산물인 줄 알면서도 소설을 읽는 순간 만큼은 현실적으로 느껴지니까요. 그래서 이야기의 힘은 놀랍고 강력한 것 같아요. 페퍼스 고스트는 현재 눈앞에 보이는 허상이지만 우리는 그걸 봤고 뭔가 바꿀 능력을 지녔으니까요. 선택은 온전히 본인에게 달려 있어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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