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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없는 중개자들 - 석유부터 밀까지, 자원 시장을 움직이는 탐욕의 세력들
하비에르 블라스.잭 파시 지음, 김정혜 옮김 / 알키 / 2023년 5월
평점 :
《얼굴 없는 중개자들》 은 하비에르 블라스와 잭 파시의 책이에요.
두 사람은 <파이낸셜타임스> 원자재 담당 기자를 거쳐, 지금도 원자재 저널리스트로 블룸버그뉴스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이 책은 원자재 거래의 세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 내막을 밝히고 있어요. 본격적으로 원자재 중개 업체와 트레이더 세계의 이야기를 하기 전에 저자들은 몇 가지 당부를 하고 있어요. 책에 나오는 원자재 중개 산업의 역사는 저자들이 진행한 인터뷰를 근거로 했기 때문에 그 진위 여부는 전적으로 독자의 몫이라는 거예요. 원자재 중개 업체 대부분은 개인회사라서 자신들만의 월등한 정보력을 무기로 회사 정보를 최대한 비밀로 유지하려 온갖 방법을 동원했기 때문에 오랫동안 은밀하게 음지에서 활동해왔던 거죠. 저자들은 테일러(세계 최대 석유 업체 비톨의 최고경영자)를 그가 2020년 세상을 떠나기 1년 전쯤 만났는데 대놓고 이렇게 말했대요. "경고하는데, 책 쓰지 않길 바랍니다." (21p)
도대체 왜 원자재 중개 업체들은 외부 공개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는 걸까요.
이 질문에 관한 답이 책 속에 들어 있어요. 저자들은 원자재 전문 저널리스트로 살았던 지난 20년을 놀라움의 연속이었다고 표현하네요. 몇몇 업체의 손아귀로 집중되는 엄청난 힘과 영향력도 충격적인 데다가 그들에 대해 알려진 정보가 거의 없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해요. 규제해야 할 정부조차도 그들에 대해 모른다는 건 심각한 사안이라고 볼 수 있어요. 왜냐하면 책에서 구체적인 사례들이 나오는데 이들은 글로벌 자본주의가 낳은 위험 사냥꾼이기 때문이에요. 석유와 금속이 자원 부국에서 어떻게 흘러나오고, 돈이 재계 거물과 부패 관료의 주머니로 어떻게 흘러가는지 이해하고 싶다면 원자재 중개 업체를 주목하면 돼요. 그들은 정치와 권력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이익에만 움직이고 있어요. 다른 기업이 감히 시도조차 못하는 일들을 기꺼이 추진하면서 세계에서 거래되는 자원의 상당 부분을 독점해 엄청난 이득을 취하고 있어요. 지난 75년간 석유, 금속, 곡물이 거래되는 시장 각각을 지배해왔고 세계경제가 변천하고 발전하는 과정에서도 결정적 역할을 했던 원자재 중개 업체를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있어요. 참고로 원자재 중개 산업은 남성의 전유물이며, 고위 직급의 절대 다수가 백인 남성이라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될 것 같아요. 이익만 좇는 그들이 세계 천연자원의 흐름을 지배하고 거의 유일한 형태의 정치적 경제적 힘과 권력을 쥐고 있어요. 원자재 중개 업체의 포트폴리오는 단순하게 수급 불균형으로 돈을 버는 방식이에요. 특정 장소와 시간에 원자재를 사들인 다음, 지역과 시간ㅇ르 달리하는 과정에서 차익을 얻기 위해 그 원자재를 되파는 거예요. 이들에게 중요한 건 가격격차예요. 원자재를 생산 소비하지 않으면서 오로지 중개만 하는 회사와 개인이 국제금융을 주무르는 숨은 거인이었던 거죠. 지금 우리는 기후변화의 위기를 마주하고 있는데 저자들이 만난 트레이더 모두는 석유와 천연가스 거래에 대한 윤리적 부담을 전혀 느끼지 않을뿐더러 세상이 화석연료를 소비하는 마지막 날까지 거래를 계속할 거라고 말했다니 이 또한 충격적이네요.
이 책은 원자재 중개 업체가 국제금융 시스템 중 가장 불투명한 곳에서 가장 많은 이득을 취하면서 윤리적, 사회적 책임은 외면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어요. 그들을 세상의 양지로 끌어내기 위한 저자들의 노력이 우리에겐 현대 사회의 돈과 권력의 유착 관계를 이해하고, 자원 시장을 움직이는 세력들의 탐욕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네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