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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ㅣ 클래식 라이브러리 7
다자이 오사무 지음, 신현선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5월
평점 :
아르테 클래식 라이브러리 시리즈 일곱 번째 책이 나왔어요.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이에요. 우와, 어쩜 지금 시기에 너무 절묘한 타이밍인 것 같아요.
"너무나 부끄러운 인생을 살았습니다. 저는 인간의 삶을 잘 모르겠습니다." (13p)
일본에서 다자이 문학은 청춘의 통과의례와도 같은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고 해요. 저 역시 그 명성에 이끌려 이 작품을 읽었지만 매번 의문이 들더라고요. 주인공 요조에게 온전히 몰입하기가 어렵다고 해야 하나, 그냥 불편하고 괴로운 느낌이 강렬하다고 할까요. 아니면 자신의 나약함, 부끄러움, 비열함, 추악함 등 어두운 내면을 드러내는 이야기에 진이 쭉 빠진다고 해야 할까요. 허무하고 무기력해지는 듯.
일본 문학평론가 오쿠노 다케오는 "우리의 심정을 대변하여 표현해줄 유일한 작가를 발견했다. 과장된 말투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우리 존재의 근거와 살아갈 이유를, 다자이 문학에 걸고 있었다." (161p)라고 했다는 내용을 보고서야 이해가 됐어요. 일본인들에겐 평생 위선과 싸웠던 다자이가 그들의 양심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구나. 일본의 잔혹한 대량학살과 전쟁범죄와 비교되는 한 개인의 절망과 체념으로 본다면 말이죠.
"부끄러움을 잊은 나라는 문명국이 아닙니다.", "일본은 참패했습니다. 만약 일본이 이겼다면 일본은 신의 나라가 아니라 마의 나라가 되었을 것입니다. (......) 저는 지금 이 패배한 일본을 사랑합니다." (다자이의 문학 스승 이부세 마스지에게 보낸 「답장」) (169p)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총리는 과거사에 대해 공식적인 사과 대신 개인적인 심정이라며 "마음 아프다"고 표현했어요. 역사적인 사죄와 반성을 거부했다고 봐야겠죠. 침략전쟁을 옹호하던 군국주의 무리들이 지금의 일본 우익세력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어요. 현재 한국 정부의 열렬한 호응에 힘입어 일본은 살아나고 있고 우리는 추락하고 있네요. 부끄러움을 잊은 리더, 어디까지 갈까요.
이 책에는 《인간 실격》과 《굿바이》 두 작품이 실려 있어요. 1948년 6월 《인간 실격》 발표 후 극심한 피로감에 시달리고 객혈을 반복했던 다자이는 아사히신문에 연재 예정이던 소설 《굿바이》를 미완으로 남긴 채 6월 13일 야마자키 도미에와 함께 다마가와조스이에 투신했어요. 6월 19일 생일에 시신이 발견됐다고 하네요. 6월의 작가, 다자이 오사무를 떠올리며 혼란한 시대의 실존적 위기를 느꼈네요.
"알겠죠? 별문제 없으리라 생각하지만 그 집에 난폭한 남자가 한 명 있어요. 만약 그자가 나를 치려고 팔을 번쩍 들면 당신은 가볍게 이렇게 붙들고 있어 줘요. 뭐, 약한 녀석 같기는 하지만요." 그는 부쩍 기누코에게 정중한 말투를 쓰고 있었다. (미완) 《굿바이》의 마지막 문장, (157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