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물리학
블라트코 베드럴 지음, 조은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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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무엇이 보일까요.

과학자들의 머릿속이 궁금하다면 그들의 책을 읽으면 돼요. 우리는 이해할 수 있는 만큼 알아가면 되는 거예요. 아무리 쉽게 썼다고 해도 독자 입장에서 늘 쉬운 건 아니지만 적어도 과학자와 일반인의 간극을 조금씩 줄여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거죠.

《고양이와 물리학》은 양자물리학자가 쓴 책이에요. 저자는 세르비아 태생의 물리학자로 현재 옥스퍼드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양자 얽힘과 양자 정보 이론의 전문가이며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에서 이학사 및 철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연구원 과정을 거쳐 리즈대학교에서 양자 정보 과학의 100주년 교수를 역임했다고 해요. 환원주의자로서 (환원주의란 쉽게 말해 큰 것을 작은 것으로 환원하여 연구하는 것으로 철학에서 복잡하고 높은 단계의 사상이나 개념을 하위 단계의 요소로 세분화하여 명확하게 정의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견해라고 함) 물리학부터 화학, 생물학, 사회학, 경제학까지 다양한 수준의 복잡계에서 나타나는 이질적인 현상들을 양자역학의 시선에서 분석해왔는데 그 결과물이 이 책이라고 하네요.

아주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처음 등장하는데, 이 책이 나올 수 있었던 결정적인 순간이라고 볼 수 있어요. 옥스퍼드의 하트퍼드 칼리지에서 열린 만찬에 재계 인사와 언론인, 자연과학자와 사회과학자에 이르기까지 각계각층에서 총 스무 명이 참석했는데, 이들을 초대한 사람은 정치경제학자이자 TV쇼 사회자인 윌 허튼이었대요. 그 자리는 파괴적 기술을 주제로 토론하기 위한 것으로, 허튼이 사회자 역할을 했대요. 식량 부족에서 지구온난화 그리고 과학과 정치의 대중화에 이르는 거창하고 복잡한 주제들의 대화가 오고갈 때 양자물리학자인 저자는 묵묵부답, 할 말이 없었는데 갑자기 허튼이 "블라트코, 우리에게 다음으로 주어진 가장 큰 도전이 뭐라고 생각합니까?"라고 묻더래요. 당황했지만 순간적으로 "우리의 가장 큰 도전 과제는 마이크로와 매크로 사이의 간극에 다리를 놓는 것입니다." (14p)라고 답했고, 다들 수긍하는 분위기로 술렁거렸고 뒤이어 "여러분이 하는 과학 중에 우리 양자물리학처럼 미세한 세계를 다루는 것은 없습니다. 우리는 존재하는 가장 작은 규모를 연구하고 있죠. 감히 제안하는데, 우리 양자물리학자들이 마이크로와 매크로 사이에 다리를 놓을 수 있다면 여러분의 간극은 흔적조차 남지 않고 사라지게 될 겁니다!" (16p)라고 말했대요. 잠시 침묵이 흘렀고 이내 사방에서 웃음이 터지면서 "우리 모두의 문제를 해결해 주시오!" "양자역학이 우리를 구한다!"라고 외쳤대요.

그러니까 이 책은 다양한 학문 분야에 존재하는 마이크로와 매크로 사이의 간극을 들여다보면서 이미 다리가 놓인 곳과 아직 간극이 남아 있는 곳을 찾아보는 여정이라고 볼 수 있어요. 물리학, 화학, 생물학, 자연과학, 경제학, 사회생물학으로 나뉘어져 있지만 크게 둘로 나누고 있는 자연과학과 사회과학 사이에 다리를 놓는 작업을 보여주네요. 저자는 물리학은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지식 탐구 과정이며, 양자물리학은 프사이( Ψ , psi 파동함수)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를 밝히는 학문이고, 이 변화를 기술하는 법칙이 슈뢰딩거 방정식이라고 이야기하네요. 양자물리학에서는 계속해서 현실이 창조됐다가 파괴되므로 유물론가 설 자리를 잃게 만들지만 세상을 덜 실재하게 만들기 때문에 현실을 단순화하고 세계에 대한 이해를 크게 통합했다는 거죠. 양자물리학이 어디까지 설명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지만 꽤 많은 것을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간극을 좁히는 열쇠로 본 거예요. 인류를 진정으로 구원할 대통합을 방해하는 간극들을 찾아내고 채워가는 것이 과학의 일이니까요. 그러니 과학을 모르고서는 이 세상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결론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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