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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의 여행법 - 불편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하는 마음에 관하여
이지나 지음 / 라이프앤페이지 / 2023년 5월
평점 :
"아이에게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알려주지 않으면 아이와 함께 '나란히' 걷는 게 아니라
아이를 '데리고' 걷게 된다. 그럴 때면 얼이는 금세 지치고 흥미를 잃고,
나도 얼이를 어르고 달래느라 진을 뺐다.
... 어디로 가야할 지 알고 걷는 게 훨씬 재미있다." (23-24p)
《어린이의 여행법》은 진짜 아이와 함께 한 여행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저자는 여행을 좋아해서 나이보다 많은 나라를 여행하며 살기 원했고, 결혼하고 아이 '얼이'가 태어난 후에도 그 꿈을 이어가고 있다고 해요.
얼이와 여행을 하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고, 아이와의 여행은 이제 꼭 십 년이 되었대요. 아이와 세상을 여행하며 발견하고 알게 된 것들을 이야기하고 싶어서 이 책을 썼다고 해요. 불편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하는 마음에 관한 이야기.
저자가 아이와 함께 여행한다는 내용을 보자마자 어떻게 '데리고' 여행할 수 있는가를 궁금하게 여겼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데리고'가 아니라 '나란히 함께'였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어린이를 데리고 다녀야 한다는 편견이 여행에 대한 부담감을 만든 것이지, 여행을 떠나지 못할 이유는 아니었던 거예요. 얼이와 어디든 함께 갈 수 있었던 이유는 매일 함께하면서 서로의 삶의 방식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라고, 아이도 어른도 익숙해지면 어렵지 않다고 이야기하네요. 아이들의 실수는 아직 모르기 때문일 때가 많다고, 아이의 미숙함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우리 모두 그렇게 배우고 자라 어른이 되었다고... 근데 우리는 그것을 잊고 있을 때가 많다고, 저자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나라를 여행할 때 아이 같은 입장이 되는 순간을 경험했다고 해요. 여행에서 낯선 이방인이 되어 실수하고, 오해받아서 억울한 일을 겪어보니 가장 약한 사람을 위한 것이 결국 모두를 위한 일이라는 걸 알게 된 거죠. 저자는 아이와의 여행을 통해 어른이 되어 잊고 있던 사실들을 떠올리고 배우는 과정이라는 걸 보여주고 있어요. 아이에게 배우는 법을 배우는 느낌이에요. 똑같은 상황이라면 나는 어땠을까, 아마 다른 결론을 내렸을지도 몰라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삐딱하게 세상을 보고 있었던 게 아닌가... 누구한테든 어떤 상황이든 뭔가를 배울 수 있다는 건 열린 마음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어느 곳을 가든 그곳에도 아이들이 자라고 있으니 아이와 함께 가지 못할 곳은 없다." (80p)라고 말하는 저자는 어디에나 좋은 면이 있고 그것들을 찾아내는 걸 좋아한다고 하네요. 바로 그 차이였네요. 여행은 늘 낯선 곳을 가기 때문에 불편하고 곤란한 일이 생기기 마련인데, 오히려 그런 경험들이 나중엔 추억이 되곤 하잖아요. 진정한 여행자는 어떤 순간에서든 즐거울 수 있는 사람인 것 같아요. 불편하고 아름다운 것을 사랑하게 된 그들의 이야기 덕분에 신선한 자극을 받았네요. 그래서 귀한 자식일수록 여행을 보내라고 하나봐요. 여행이 주는 것들, 참으로 멋진 인생 수업인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