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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그 길 끝에 행복이 기다릴 거야 - 흔들리고 지친 이들에게 산티아고가 보내는 응원
손미나 지음 / 코알라컴퍼니 / 2023년 4월
평점 :
순례자의 길이라고 불리는 산티아고 길은 어느덧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길이 되었어요.
수많은 사람들이 그 길을 걸었고, 걷고 있으며, 언젠가는 꼭 걸으리라 마음 먹고 있어요. 저 역시 막연히 꿈꾸는 순례길이기도 해요. 산티아고 길을 언제 걸을 것인가는 우리의 선택이 아니라 때가 되면 그 길이 부른다는 말이 있대요. 그 때가 올 때까지 순례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기다리고 있어요.
《괜찮아, 그 길 끝에 행복이 기다릴 거야》는 손미나 작가님의 산티아고 순례기예요.
이 책은 저자가 걸었던 장장 779km에 이르는 산티아고 순례길의 여정이 나와 있어요.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끝없이 펼쳐진 길을 걷는다는 건 낭만과는 거리가 먼, 그야말로 생고생인데 그들은 무엇을 위해 걷는 걸까요. 순례길 첫 친구인 세실이라는 프랑스 여성은 벌써 여러 차례 완주한 경험이 있는데 이런 말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졌다고 해요. "이 길에는 아주 특별한 기운이 가득해요. 한 번 걷고 나면 왠지 또 가고 싶다는 열망 혹은 다시 가야만 한다는 일종의 소명 같은 것이 가슴속에서 들려오게 되죠. 무엇보다 사람들을 다시 만나고 싶어져요. 마음이 활짝 열린 사람들 말이에요.
산티아고 길 위에서 만나는 이들과는 아주 쉽게 속 깊은 대화를 나누게 된답니다. 자기 직업이나 가족에 대해 밝히지 않고 왜 걷는지도 언급하지 않지만, 열린 마음으로 인생에 대해 이야기를 해요.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지는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게 바로 산티아고 길이 특별한 이유인 것 같아요. 마법 같은 일이죠. 이게 무슨 말인지 곧 알게 될 겁니다." (30p)
저자는 첫날부터 경사가 심한 오르막을 쉼 없이 걷다가 길 한편에 철퍼덕 주저앉아 고민했대요. 포기할까, 힘들어도 버틸까. 중간에 그만둔다고 해도 누가 뭐라고 할 사람이 없는, 오직 자신과의 약속이니 모든 건 본인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것이 우리 인생 길을 보는 듯 해요. 산티아고 길의 모든 순간이 고행이면서 힐링 그 자체였다는데, 책 속 사진들을 보니 고생은 모르겠고 아름다운 길과 풍경에 감탄이 절로 나오네요. 드넓은 들판 위에 쭉 이어진 길, 그 끝이 하늘과 맞닿아 있는 모습이 너무 비현실적으로 느껴져요. 세실의 말처럼 이 길을 한 번 걸어본 사람은 다시 또 걷게 되는 뭔가가 있는 것 같아요. 자기가 원하는 것이 아닌 필요한 것을 준다는 산티아고 길, 그래서 저자가 만난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들려주네요. 일상에선 낯선 사람과 가까워지기 힘든데 이 길 위에서는 타인이 단짝이 되어 걷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 인간과 인간을 가까워지게 하는 게 카미노의 마법이라고 하네요. 그러나 진짜 카미노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도착한 순간 시작된다고 해요. 심각한 카미노 블루를 거쳐 천천히 사는 일이 주는 즐거움을 되찾는 것. 결국 우리는 인생이라는 길을 걷고 있는 여행자라는 것. 산티아고 순례길이 우리를 향해 인사하네요.
"부엔 카미노! Buen camin ! 좋은 여행이 되길!" (226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