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어디로 먹는 건가 싶었는데,
우연히 한 편의 시를 알게 되면서 나이든 덕을 봤어요.
더 어렸더라면 미처 알아채지 못했을 깨달음이었다고... 순전히 제 기준이에요. 어릴 때는 시보다 소설이 더 좋았어요. 왠지 시는 애매모호하고 소설은 명확하다고 느꼈거든요. 근데 나이가 들고 보니 시의 언어를 이해하고 공감하게 되었어요. 뭘 어떻게 특별히 노력한 건 없어요. 그저 나이만 먹었을 뿐인데 살아온 세월 만큼 시를 담아낼 마음 그릇이 커진 것 같아요. 아참, 마음 그릇이 커졌다고 했지 마음이 너그럽고 착해졌다는 건 아니에요. 자신의 마음 그릇 안에 뭘 넣느냐는 각자 삶의 방식이겠지요. 생애 마지막 순간,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건 마음뿐일 거라고 생각해요. 부디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득차 있기를.
이제 조금 시를 이해할 나이가 됐지만 새로운 시집을 만나는 일이 쉽지 않네요.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른다》는 박우현 시인의 시집이에요. 시집 제목과 동일한 시 한 편을 드라마 '어바웃 타임'을 보다가 발견했어요.
시간을 주제로 한 판타지로맨스 드라마라서 시의 구절이 확 와닿았던 것 같아요. 나이드는 걸 늙어간다고 한탄할 게 아니라 지금이 절정이고, 꽃이며 아름답다는 걸 말해주고 있어요. 우리는 지금 가장 아름다운 나이를 살고 있어요.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른다
이십대에는
서른이 두려웠다
서른이 되면 죽는 줄 알았다
이윽고 서른이 되었고 싱겁게 난 살아 있었다
마흔이 되니
그때가 그리 아름다운 나이였다.
삼십대에는
마흔이 무서웠다
마흔이 되면 세상 끝나는 줄 알았다
이윽고 마흔이 되었고 난 슬프게 멀쩡했다
쉰이 되니
그때가 그리 아름다운 나이였다.
예순이 되면 쉰이 그러리라
일흔이 되면 예순이 그러리라.
죽음 앞에서
모든 그때는 절정이다
모든 나이는 꽃이다
다만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를 뿐이다.
(41-42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