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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기 있어요 - 세상에 혼자라고 느껴질 때, 우리를 위로해 주는 것들
크리스토프 앙드레 지음, 안해린 옮김 / 불광출판사 / 2023년 5월
평점 :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낸 슬픔, 그 아픔을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까요.
살다 보면 위로를 받을 때도 있고, 위로할 때도 있지만 늘 어려웠어요. 그래서 차라리 하지도 말고, 받지도 말자고 생각했던 적이 있어요.
그것 역시 현명한 선택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혼자라고 느껴진다고 해서 혼자 살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내가 여기 있어요》 는 프랑스가 사랑하는 정신의학자 크리스토프 앙드레의 책이에요.
첫 장에 적힌 "위로가 절실하다"라는 문장이 크게 와닿았어요. 저자는 자신이 오랜 시간 동안 위로에 대해 무지했음을 고백하고 있어요.
정신과 의사로서 환자를 돌보고, 작가로서 사람들을 이해시키고 용기를 주며 격려했던 자신이 중병을 앓게 되자 정반대의 입장이 되었고, 자신에게도 위로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해요. 일시적인 격려보다 강력한 위로를 발견한 덕분에 평온해졌고 살아있음에 더 행복을 느끼게 되었다고 하네요.
"위로는 폭풍과 공존하는 방법이자, 사랑의 고백이며, 아름다움과 역경을 모두 끌어안은
이 세상과 다시 이어주는 감미로운 노래이다.
위로는 마치 붉은 실처럼 탄생부터 죽음까지 우리의 삶 내내 이어진다.
우리는 평생 위로를 가까이하며 어릴 때는 솔직하게,
성인이 되어서는 겉으로 드러내진 않으나 내심 위로를 필요로 한다.
현실을 바꿀 수 없을 때 우리가 바라는 것도, 줄 수 있는 것도 오로지 위로뿐이다.
위로는 우리를 일으켜 세워 잠시나마 절망과 체념에서 벗어나게 하며,
살며시 삶의 의욕을 다시금 불어넣어 준다." (11p)
이 책은 위로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읽는 것만으로도 위로를 주네요. 잠시나마 위로를 쓸모 없다고 느꼈던 건 진정한 위로의 가치를 몰랐기 때문이에요. 위로란 무엇인가, 위로는 곹오을 덜어주고 싶어 하는 거예요. 위로의 목적은 해결책을 찾아 현실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고통의 감정을 경감시키는 거예요. 위로받는 건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는 도움을 받는 게 아니라 마음이 아픈 사람에게 집중하며 마음을 어루만지는 거예요.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위로의 힘은 놀라워요. 고통이 클수록 위로가 제 길을 찾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려요. 위로를 통해 얻고자 하는 건 희망이며, 위로받는 사람이 슬픔과 고통의 확신에서 벗어나 계속 살아갈 가치가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으로 충분해요. 그래서 저자는 위로가 마법의 묘약이 아니라 어둠 속을 파고드는 빛이라고, 그 빛이 우리를 버틸 수 있게, 살아내게 만든다고 이야기하네요.
인간이라면 피해할 수 없는 세 가지가 있어요. 고통, 노화, 죽음이에요. 언젠가는 이 세 가지가 반드시 우리를 찾아와 위로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만드는 거예요. 고통은 우리를 세상과 타인 그리고 자기 자신으로부터 단절시키는데, 위로는 그 관계를 회복시키는 힘이 있어요. 그래서 이 책에서는 위로의 본질이 무엇이며 왜 필요한가를 설명하면서 어떻게 위로를 주고 받는지를 알려주고 있어요. 위로를 잘 못하는 이유는 본인의 감정에 당황했기 때문인데, 평소 감정을 억누르고 차단하는 것이 익숙한 사람들이 그럴 수 있어요. 위로의 기술은 공감의 기술이라서 타인의 감정이 메아리치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고, 인내심을 가져야 해요. 우리에게는 수많은 위로의 길이 열려 있고, 그 길을 선택하는 건 우리 몫이에요. 누구도 그 길을 대신 가줄 순 없어요. 니체는 "나를 죽이지 않는 것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라는 명언을 남겼는데, 크리스토프 앙드레는 "우리를 죽이지 않는 것이 때로는 우리를 더욱 약하고 슬프며 우울하게 만든다." (225p) 라고 이야기하네요. 우리를 죽이지 않는 고통이 어떻게 행복까지 막아버리는지를 간과해서는 안 돼요. 고통받고, 고통받고, 고통받다가 결국 죽는 것이 삶이라는 사실을 이해할수록 괴로워하는 이가 있고 경이에 찬 사람이 있어요. 후자는 위로를 받아들였고, 삶과 사람을 다시 사랑하기 위해 노력했으므로 회복한 거예요. 회복력이든, 버텨낼 의지든, 우리 존재의 위대한 자원은 바로 사랑이라는 것. 고통과 시련에 맞서는 모든 힘의 원천은 사랑과 그것이 주는 위로라는 것. 그러므로 우리는 사는 동안 위로를 평생의 과업으로 여겨야 해요. 《내가 여기 있어요》 는 살아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위로'의 지혜를 알려주는 값진 책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