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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락 댄스
앤 타일러 지음, 장선하 옮김 / 미래지향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왜 그냥 바라기만 해요? 왜 우유부단하게 망설이기만 하세요?
왜 모든 일에 정면으로 나서지 않고 한 걸음 옆으로 물러서 있는 거예요?" (252p)
윌라 드레이크를 향한 뼈 때리는 조언이에요.
이 말에 움찔했다면 당신에게 꼭 맞는 소설을 만난 거예요.
《클락 댄스》는 앤 타일러의 소설이에요.
우리가 소설을 읽는 이유는 재미있으니까? 흥미로운 이야기에 끌리기 때문이에요. 억지로 우리를 끌고 가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만드는 힘이 있어요. 마치 주인공이 된 듯, 주인공의 시선에서 바라보고 느끼다가 문득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거예요.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라는...
여기서 핵심은 무엇을 선택했느냐가 아니라 솔직한 선택이었느냐인 것 같아요. 과연 내면의 목소리에 귀기울였는지, 진심으로 원했는지를 스스로 물어야 해요. 인생은 한 번뿐이니까 망설이고 주저하다간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어요.
앤 타일러는 주인공 윌라 드레이크의 인생을 열한 살, 스물한 살, 마흔한 살 그리고 예순한 살의 모습으로 나누어 보여주고 있어요.
똑같은 소설도 언제 어느 때 읽느냐에 따라 새로운 이야기가 되는 것 같아요. 특히 이 소설은 시간 차를 두고 여러 번 읽기를 추천해요. 그래야 윌라의 인생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고, 미처 몰랐던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어요. 책 뒤표지에는 이 소설을 "희망과 자기 발견, 또 다른 기회에 관한 이야기" 라면서 "윌라 드레이크에게는 인생을 바꿀 세 번의 기회가 있었다."라는 친절한 소개글이 적혀 있어요. 그래서 타임슬립과 같은 특별한 장치가 숨어 있다고 상상했어요. 미리 귀띔해주자면 스펙타클하거나 판타지적인 요소는 없어요. 만약 그런 부분을 기대했다면 실망하겠지만 순수하게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간다면 놀라운 것들을 발견할 수 있어요.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 이야기인데도 집중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어요.
이 소설에서 윌라 드레이크가 사와로 기둥 선인장을 좋아한다는 대목이 나오는데, 굉장히 의미심장하게 느껴졌어요. 겉보기에 윌라는 가정에 최선을 다하는 현모양처인데 그 이면에는 지나치게 소극적이고 주변을 위해 희생하는 경향이 있어요. 왜 그럴까요, 내면 아이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요. 열한 살의 윌라가 경험했던 일들은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벌어졌던 사고였고, 그 충격이 평생 영향을 준 것 같아요. 예측 가능하고, 안정된 삶을 추구한 것도 다 그런 이유가 아닐까 싶어요. 어쩌면 사와로 기둥 선인장은 윌라 드레이크의 내면 자아상일지도 모르겠네요. 처음엔 윌라가 자신을 속인 채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여겼는데, 이제 보니 생존을 위한 선택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만 선인장과 달리, 윌라는 자신의 터전을 바꿀 수 있어요. 약간의 용기만 낼 수 있다면 말이죠. 망설이는 사람들을 위하여 이 소설은 잠들었던 용기를 깨우라고, 힘차게 응원하고 있어요.
윌라가 드니즈에게 화분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기둥 선인장 본 적 있어요?"
"실제로 본 적은 없어요."
"원래는 아주 큰 선인장이에요. 키가 최소한 6~9미터 정도 될 거예요."
윌라는 선인장을 보호하듯이, 거의 방어적으로 말했다. 동물원 우리에 갇혀 있는 호랑이를 볼 때와 같은 동정심을 느꼈다.
사와로 기둥 선인장은 귀여운 식물이 아니었다! 귀여운 것과는 거리가 먼 웅장한 식물인데!
원래 사와로 선인장은 아파치의 화살이 난무하던 시절부터 현대식 상점들이 들어설 때까지 모든 걸 담담하게 참고 견딘 차분하고 인내심 많은 식물이었다. 그러나 피터는 자기가 미니 선인장을 사온 것에 매우 흡족한 표정을 짓고 있어서 윌라는 인사를 해야 했다.
"고마워요, 여보."
"천만에." 피터가 말했다. (173-174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