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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지기 전에
권용석.노지향 지음 / 파람북 / 2023년 5월
평점 :
"사랑하는 나의 아내
이제는 시간이 얼마 안 남은 것 같아.
... 마지막까지 당신의 사랑
듬뿍 받고 가는데,
나는 당신에게 무얼 주고 가나?" (11-13p)
남편 권용석이 사랑하는 아내 노지향에게 쓴 마지막 편지 일부예요.
1963년 태어난 한 남자는 1988년 결혼하여 알콩달콩 살다가 2022년 5월 20일 세상을 떠났어요.
세상에 남은 한 여자는 사랑하는 남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 책을 펴냈어요.
《꽃 지기 전에》 는 사랑하는 두 사람의 마음이 담긴 책이에요.
결혼해서 35년, 연애 시절을 포함하면 40여 년을 함께했던 남편은 암과의 동거 10년, 여러 번의 수술과 치료를 버텨내다가 떠났다고 해요.
아내는 그의 마지막이 아름다웠다고, 후회나 원망, 미련 없이 평화로워 보였다고 이야기하네요. 남편은 마지막 편지를 쓰면서 어떤 심정이었을까요.
감히 짐작할 순 없지만 '나는 당신에게 무얼 주고 가나?'라는 문장에서 뭉클했네요. 육체적인 고통으로 많이 힘들었을 텐데 그 순간에도 아내와 아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느껴졌어요. "그대와 함께 걸은 길, 모든 이에게 꽃길이 되길. 2022.5." (199p) 이것은 남편이 아내에게 쓴 마지막 글인데, 혼자 보기 아까워서, 행복공장 느티나무 아래 돌에 새겨두었다고 해요. 이 글을 쓰던 날에 남편은 마지막을 예감하며 가까운 사람들에게 문자를 보내고 몇 명과는 통화도 하고, 아내와는 행복공장 이야기를, 아들과는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게 누구누구와 의논하라는 얘길 했대요. 그리고 선물로 들어온 예쁜 화과자를 하나씩 먹었는데, 그것이 세 식구의 최후 만찬이었다고... 검사 수치상으로는 의식이 없어야 할 남편이 명료한 정신으로 아내와 아들과 밤늦도록 이야기를 나누던 평화로운 그 시간이 슬프고 안타까웠는데, 남편이 힘들까봐 잠시 눈붙이자 하며 잠든 그 시각에 그 잠깐 사이에 갔다고 해요. 새벽 두 시경, 아내와 아들이 힘들까봐 일부러 조용히 간 것처럼 떠났다니, 이토록 아름다운 마지막이 또 있을까요.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권용석 변호사와 행복공장에 대해 알지 못했는데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를 알고 나니 그가 떠난 자리를 다시 바라보게 되네요. 본인의 고통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인간이 아니라, 사회의 아픔을 고민하며 해결하려고 애써왔던 사람이었구나. 무엇보다도 사랑이 뭔지 알았던, 아낌없이 사랑했던 사람이었구나... 떠난 지 1주기를 맞는 가족들의 마음도 그 사랑으로 가득할 거라고 믿어요. 봄꽃은 져도, 마음 꽃은 늘 활짝 피어있을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