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편지 - 그저 너라서 좋았다
정탁 지음 / RISE(떠오름)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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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움푹 패일 정도로 그 사람의 발자국이 깊었다는 저자는 우리에게 그 발자국만큼 사랑했노라 고백하네요.  그래서 《이별 편지》는 아픔과 슬픔이 아닌 사랑의 이야기가 된 것 같아요.

이 책에는 그녀를 처음 본 순간부터 어떻게 사랑에 빠졌고, 어떤 만남과 이별을 겪었는지 들려주고 있어요.  그가 그녀를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은 '낯설다'였다고 해요. 누구도 자신의 삶에 들이지 않겠다는 듯, 시린 바람이 부는 그녀를 바라보다가 문득 그 바람을 막아주고 싶었고, 그렇게 사랑하게 되었다고 하네요. "상처받을 바에야 누구도 만나지 않는 게 나아. 남들로부터 나를 지키는 것이 나아." (17p)라고 말했던 그녀는 아직 사랑할 준비가 안 되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도 그는 그녀 곁에 있고 싶었고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길 바랐던 것 같아요. 본인만 몰랐을 뿐, 이미 예견된 이별인 것을... 알았다고 해서 사랑을 멈출 수는 없었을 거예요. 마음이 하는 일을 어떻게 억지로 막겠어요. 사랑하고, 사랑했던 그녀가 떠난 뒤에도 그는 "난 아직도 너 없이 너를 사랑하나보다." (41p) 라고 고백하고 있어요. 그가 지금 바라는 건 그저 첫사랑인 그녀가 자신을 첫사랑으로 기억해주는 것이라고 해요. 여전히 잊을 수 없는 그녀와의 추억을 억지로 밀어내기 보다는 그냥 받아들이고 그리워하려고 결심했기에 그녀에게 이별 편지를 쓰고 있어요. 그녀의 행복을 바란다고, 잘 가라고, 나는 괜찮다고...

짐작컨대 그는 그녀의 아픈 상처를 어루만져주지 못했고, 자존심 때문에 더 아프게 했던 것 같아요. 싸우고 화해하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그리고 헤어졌으니 다시 돌이킬 순 없겠지요. 이제는 남남이 되어 소식도 끊겨버린 그녀에게 그는 자신의 삶에 잠시나마 머물러준 것에 감사하다고 이야기하네요. 정말 사랑했노라고, 진심이었노라고. 첫사랑 그녀에게 사랑을 알려준 당신이기에 후회는 자신의 몫이라고. 결국 그녀에게 하고 싶은 말은 "사랑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226p)였네요. 이별은 사랑의 끝의 아니라 끝나지 않은 사랑을 마음에 품는 일이 아닌가 싶어요. 아무리 오래 전에 헤어졌어도 사랑했던 기억을 완전히 지울 수 없는 건 마음 깊숙히 그 사랑이 새겨져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녀에 대한 기억은 점점 옅어져도 그녀를 사랑했던 감정은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듯, 그 감정은 살아 있는 한 지속될 거라고... 검은 책 표지 위에 둘러져 있는 흰색 띠지에는 "그저 너라서 좋았다"라고 적혀 있어요. 하얀 손수건을 흔들며 작별하는 듯, 이제서야 순순히 떠나보낼 마음의 정리가 된 건지도 모르겠네요. 이별 후에는 괜찮다고 말해도 전혀 괜찮지 않은 마음이었을 텐데, 그래도 이 책이 나왔을 때는 진짜 괜찮아졌을 거라고 믿고 싶네요. 아픔을 겪지 않으려고 사랑하지 않는 것보단 아프더라도 사랑했던 그가 더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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