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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슬픔의 거울 ㅣ 오르부아르 3부작 3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4월
평점 :
"1940년 4월 6일, 전쟁이 곧 시작되리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시들해져 있었고,
누구보다도 쥘 씨가 그랬다.
총동원령이 내려지고 나서 여섯 달이 넘어가자,
실망한 '라 프티트 보엠' (쥘 씨가 운영하는 카페 겸 레스토랑 이름으로
<집시 아가씨>라는 뜻)의 사장은
더 이상 그 가능성을 믿지 않게 되었다." (13p)
《우리 슬픔의 거울》은 피에르 르메트르 작가님의 장편소설이에요.
프랑스문학 최고 영예인 공쿠르상 수상작가인 피에르 르메트르는 프랑스 현대사를 배경으로 소설을 써왔고, 이 작품 역시 제2차 세계대전을 앞둔 시점에서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어요. 카페 사장인 쥘 씨의 태도를 보면 전쟁을 무서워하기는커녕 축제처럼 기다리는 것 같아요. 실제로 전투가 시작되자 멀리 떨어진 북부 유럽의 상황이지만 활기를 띠며 손님들과 떠들고 있어요. 그곳에서 토요일만 서빙을 하는 루이즈는 전쟁에는 일절 관심이 없어요. 4주 전 의사 선생으로 불리는 노인이 이상한 제안을 했기 때문이에요. 그는 루이즈의 벗은 모습이 보고 싶다고, 그냥 보기만 하고 다른 건 안 할 거라고 했고, 잠시 뒤 화가 난 루이즈가 따지기도 전에 가버렸어요. 며칠 고민하던 루이즈는 만 프랑이라는 엄청난 액수를 제시했고, 이러면 노인이 포기할 거라 생각했는데 쉽게 승낙하는 바람에 그 일이 벌어졌어요. 전쟁과는 영 동떨어진 이야기 같지만 두어 달 간에 여러 인물을 통해 전쟁이 벌어진 세상을 보여주고 있어요. 엉뚱하고 기막힌 상황들 속에서 사람들은 우왕좌왕, 저마다의 고민을 끌어안고 있어요. 진실을 피해 달아나 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 그러나 여전히 '왜?'라는 의문은 사라지지 않네요. 우리가 알 수 있는 진실은 사실의 확인일 뿐, 장본인의 마음은 도저히 짐작할 수 없으니 말이에요. 저자는 매우 능숙하게 카페에서 말문을 열더니 전쟁 한가운데로 데려가 헌병대원 페르낭, 도망치다 붙들린 군인 가브리엘과 라울의 상황 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네요. 전쟁이 아니었더라면 그들이 만날 가능성은... 그래도 만났다는 건 우연보다는 운명에 더 가깝지 않을까요. 얽히고 설킨 관계, 그 비밀이 서서히 밝혀지면서 어떤 슬픔이 존재했는지를 알게 됐어요. 세상엔 똑같은 슬픔이 없는 것 같아요. 저마다 다른 사연의 슬픔을 안고 살아가는 게 아닌가 싶어요. 그러나 전쟁은 우리 모두에게 크나큰 충격과 아픔 그리고 슬픔을 남긴다는 건 변하지 않는 진실이에요.
사랑하는 이에게,
이기주의자가 되세요.
가지세요, 더 가지세요, 항상 가지세요.
나의 모든 한숨 속에서 <당신을 사랑해요>라는 말을 들으세요.
- 잔 (378p)
"주여! 당신은 우리 육신의 양식을 주실 뿐 아니라 우리 영혼의 양식도 주시나니,
왜냐하면 당신은 우리가 타인을 만날 수 있도록 해주시기 때문입니다.
너무나 가까우면서도 너무나 다른 타인을,
그 안에서 우리 자신을 보게 되는 타인을 말입니다.
그리고 당신께서 당신의 마음을 열어 주셨듯이,
우리로 하여금 그에게 우리 마음을 열도록 도와주십니다. 아멘!" (588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