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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한번 먹자는 말에 울컥할 때가 있다 - 그리움을 담은 이북 음식 50가지
위영금 지음 / 들녘 / 2023년 5월
평점 :
소울푸드라는 말이 있죠.
지치고 힘들 때 마음을 따스하게 위로해주는 음식.
왠지 느낌상 대단히 특별한 음식일 것 같지만 의외로 소박한 음식인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 이유는 음식 자체보다도 음식과 함께 각인된 감정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책 제목을 읽자마자 '울컥'이라는 단어에 즉각 반응이 왔어요. 모르지만 알 것 같은 감정이라서...
《밥 한번 먹자는 말에 울컥할 때가 있다》는 위영금 작가님의 에세이예요.
저자는 1968년 함경남도 출생으로 고난의 행군 시기인 1998년 탈북하여 2006년 대한민국에 왔다고 해요.
북한학 공부를 하여 박사 학위를 받았고 2021년부터 경기신문 오피니언으로 활동하며 음식 칼럼을 연재했다고 하네요.
신문에 연재했던 첫 문장이 '쩡~한 함경도 김치'라고 하는데, 잘 담근 함경도 김치의 아삭하고 시원한 식감을 '쩡'하다고 표현한대요. 시원한 함경도 김치 맛이 의도하지 않아도 몸에서는 그리움으로 폭발하는 맛이기에 감각과 감동의 맛을 기억하며 요리하고 글을 쓰면서 자신을 더 잘 알게 되었다고 이야기하네요.
이 책에는 저자의 그리움을 담은 이북 음식 50가지 이야기와 레시피가 담겨 있어요.
쩡한 맛 함경도 명태김치, 낯선 곳에서 맛본 삼수갑산 갓김치, 입맛을 살려주는 평안도 나박김치, 풋강냉이와 함께 먹는 열무김치, 두만강 너머 알싸한 맛 영채김치, 명태식해, 멸치젓갈, 고래고기 간장조림, 강낭죽, 김치밥, 무밥, 나물밥, 감자밥, 쌈밥, 두부밥, 비지밥, 강냉이국수, 올챙이국수, 함흥냉면, 평양냉면, 칡국수, 도토리국수, 뜨더국, 감주, 밀주, 콩자반, 강냉이 물엿, 명태 매운탕, 강냉이 꼬장떡, 양배추를 소로 넣은 송편, 찰떡, 언감자송편, 송기떡, 세치네 탕, 정어리조림, 토끼곰, 오이냉국, 김치만두, 도토리묵, 풋강냉이묵, 찰수수 지짐, 건두부 냉채, 명태 미역국, 추어탕, 천렵 어죽, 돼지순대, 명태순대, 사과화채, 염장무 달래 무침, 미나리김치, 꼬리떡, 부추나물. 식재료는 익숙하지만 어떤 맛일지는 무척 궁금하네요.
사실 음식 맛보다 이야기에 더 빠져들었던 것 같아요. 북에서는 시인의 존재를 모르다가 평안도 출신의 시인 백석과 김소월을 알게 된 뒤 '닉은 동티미(익은 동치미)'와 나박김치가 더 좋아졌다는 것, 한때 흔하게 먹었던 명태를 먹으면 잊고 살았던 고향을 생각난다는 것. 그래서 낯선 상황을 이겨내며 살기 위해 명태, 오징어가 필요했다는 것. 풍요로운 남쪽 생활에서도 채울 수 없는 빈자리, 아픈 상처를 고향 음식으로 달래었구나...
저자는 북한이탈주민인 자신에게 무심코 던지는 질문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를 언급하고 있어요. 먹거리가 없어서 사람이 죽었다는 게 사실이냐고 묻는 사람들, 이 질문에 묻어둔 아픈 과거가 되살아나 힘들었다고 해요. 실제로 밥을 먹지 못해 가족을 잃었고, 밥을 얻으려고 살기 위해 그 험한 고생을 하며 여기까지 온 사람한테 너무 심했어요. 그런 인간은 평생 마음을 나누는 일이 뭔지 모를 거예요.
우리가 누리는 일상의 평범한 것들이 결코 당연한 게 아님을 알아야 해요. 저자는 쌀밥을 먹을 때 제일 행복하다고 해요. "밥솥을 열면 반짝반짝 별처럼 빛나는 쌀밥이 있다." (101p) 라고 말하는 저자에게 밥은 곧 생명이요, 하늘이고 신이라는 것. 그러니 밥 한번 먹자는 말에 울컥하는 그 마음을 이제 조금은 알 것 같아요. 따뜻한 밥 한 공기에 감사하고 행복해지는 마음을 통해 소중한 삶의 의미를 배운 것 같아요.
"음식이 남아본 적 없어 여섯 식구가 매달려
뜨거운 여름이나 겨울이나 끼니거리가 부족할 때 먹은 뜨더국.
여름에도 가을에도 훌훌 불어먹는 맛.
겨울에는 김칫국에 반죽한 재료를 풍덩 넣어 먹는다.
혀가 데인 줄도 모르고 허기지게 먹으며 포만감에 즐거웠다.
속임수라도 나누어 먹을 수 있는 가족이 있어 좋았다.
... 바람이 차겁다고 느낄 때, 나무에 맺힌 빗방울이 눈물처럼 느껴질 때면
엄마가 만들어준 뜨더국이 생각난다.
기억조차 아프면 그냥 그때처럼 즐겁게 먹을 일이다." (129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