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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 - 삶, 사랑, 관계에 닿기 위한 자폐인 과학자의 인간 탐구기
카밀라 팡 지음, 김보은 옮김 / 푸른숲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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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름다운 자연을 바라보듯이, 사람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있는 그대로 보기 위해서는 어떠한 기준이나 제약이 없어야 하는데, 사람간에는 유독 걸림돌이 많은 것 같아요.
저자는 겨우 다섯 살 무렵에 스스로를 엉뚱한 행성에 착륙했다고 생각할 정도로 사람들의 표정과 감정을 이해할 수 없었다고 해요. 왜 그랬을까요.
그건 자폐스펙트럼장애 (autism spectrum disorder, ASD), 아스퍼거증후군, 주의력결핍과잉활동장애(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ADHD), 범불안장애(generalized anxiety disorder, GAD)를 갖고 있기 때문이에요.
《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 Explaining Humans》 는 카밀라 팡의 책이에요.
저자는 광범위한 과학기술을 활용해 생물학을 해석하고 질병의 영향을 조사하는 생물정보학 분야에서 과학자로 일하고 있어요. 앞서 언급했듯이 남들과 다르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던 저자는 "내게 과학은 잠겨있는 세상의 문을 여는 열쇠다." (14p)라고 말했어요.
이 책은 과학을 통해 우리의 삶을 결정하는 인간관계, 개인의 딜레마, 사회적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인간 사용설명서라고 할 수 있어요. 어릴 때 저자는 엄마에게 사람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를 설명해주는 인간 사용 설명서가 있냐고 물었는데 그런 건 없다는 답변을 들었고, 과학자가 되어 직접 쓰게 된 거래요. 자신처럼 인간을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들, 아웃사이더를 위한 삶의 가이드로서 말이죠.
참 신기해요. 보통의 경우는 과학 공부가 어렵고 말과 행동을 이해하는 건 쉬운 일인데, 저자는 반대로 과학을 통해 인간을 이해한 거예요. 머신러닝을 통해 실수가 정상이며 실제 데이터에 그것이 내재한다는 걸 알게 됐고, 돌발적인 상황에 대비하여 계획을 세우고, 더 나은 경로들을 찾게 됐어요. 우리 몸의 단백질을 통해서 팀워크와 효율적인 조직의 모범 사례를 배웠고, 열역학에서는 우리 삶에서 질서와 무질서가 맡은 역할을 인식하게 되었으며, 빛과 굴절 등 과학법칙에서 두려움의 근원, 관계 기반, 조화와 공감, 기억의 작용을, 게임이론에서는 예의범절이라는 미로를 헤쳐나가는 길을 알게 됐어요. 저자가 깨달은 중요한 한 가지는 우리 모두가 언젠가는 틀릴 거라는 사실이에요. 세상에 절대 실패하지 않는 방법이란 없어요. 따라서 실수에 집착하지 말고 대신 실수를 통해 배운 것에 집중하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거예요. 틀렸더라도 노력했다는 자체로 가치 있다는 거죠. 이 책에서 설명한 개념과 기술은 저자의 실패한 실험의 결과물이며, 바로 그 점이 자랑스럽다고 이야기하네요. "과학과 삶의 위대한 공통점은 둘다 같은 부분에서 좌절감을 안겨주며, 인내하는 사람에게는 보상을 준다는 점이다." (315p) 저자가 ADHD 의 뇌를 지녔지만 과학자로서 인내심을 발휘할 수 있는 건 자신의 일을 사랑하기 때문이에요.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는 점. 우리는 자신이라는 존재를 충분히 사랑하고 존중해줘야 할 의무가 있어요. 서로 다름은 나쁜 게 아니라 각자의 특별함이니까요. 아주 특별한 과학자 덕분에 정말 소중한 것들을 배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