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절에는 이야기가 숨어 있다
목경찬 지음 / 담앤북스 / 2023년 4월
평점 :
산에 올랐다가 우연히 만나는 절, 제게는 딱 그정도의 인연이라고 생각했는데 자꾸만 이상한 끌림이 있어요.
도대체 그 정체가 뭘까, 아직도 알 수 없지만 일단 끌리는 대로 가보려고 해요.
《절에는 이야기가 숨어 있다》는 목경찬님의 책이에요.
저자는 현재 여러 불교대학에서 불교 교리와 불교문화를 강의하고 있으며 한겨레문화센터에서 '사찰기행' 강좌를 열어 불교문화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고 하네요. 이 책도 대중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사찰 속 숨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세상에 재미난 이야기를 마다할 사람은 없을 거예요.
사찰이나 유적지에서 마주했던 부처님상은 대체로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는 후덕한 이미지였는데, 지역과 시대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나툰다는 것이 신기해요. 불교에서는 '나타나다'는 말을 '나투다'라고 표현한대요. 경전에 따르면 32상(相) 80종호(種好)라고 해서 부처님의 두드러진 모습은 32가지 특징이 있고, 세세한 부분까지 살피면 80가지 특징이 더해지므로, 이 둘을 합쳐서 상호(相好)라도 한대요. 멋들어지게 나투신 부처님을 '저 부처님은 상호가 원만하시다.' (15p)라고 표현한대요. 재미있는 건 불상 연구가 사이에서 '장동건 부처님'으로 불릴 만큼 상호가 원만한 부처님이 따로 있다는 거예요. 32상 80종호는 부처님뿐만 아니라 전륜성왕(인도신화에 등장하는 가장 이상적인 왕)에게도 나타나기 때문에 석가모니부처님(고타마 싯다르타)이 이 땅에 오실 때 아시타 선인은, "이 아기가 출가하면 부처님이 될 것이요, 나라에 머물면 전륜성왕이 될 것입니다."(16p)라고 말했대요. 오래 전 영화 <리틀 부다>에서 싯다르타 역을 맡았던 키아누 리브스의 모습이 떠오르네요. 가장 이상적인 외모의 싯다르타였죠. 암튼 여기에서 끝났다면 외모지상주의인 것인데 『금강경』에는 이런 말씀이 나온대요. "만약 모습으로 나를 보려고 하거나 소리로써 나를 구하려고 한다면 이 사람은 그릇된 도를 행하니 여래를 볼 수 없느니라." (17p)라고요. 즉 '드러난 모습에 속지 마라.'는 가르침인 거죠. 이러한 가르침에 따라 인도 땅에서는 부처님이 열반하신 후 500년 정도 불상을 모시지 않았다고 추정한대요. 그래도 부처님에 대한 그리움과 가피(부처님의 자비를 중생에게 베풀어주는 것)에 대한 바람이 이어져 기원 전후 인도의 문화가 달라졌고 다양한 조각상이 만들어졌고 불교가 세계로 전파되면서 불상도 여러 가지 모습을 띠게 되었대요.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전국 곳곳에 모셔진 부처님상마다 민초들의 소원과 더불어 이야기들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어요.
가장 인상적인 이야기는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이 보살상을 훔쳐 갔는데 계속 꿈에 나타나 고향 도솔산에 돌려보내기를 요구했고, 이를 거부한 일본인이 병이 들고 가세가 기울자 꺼림칙하여 다른 이에게 넘겼는데 소장자가 바뀌어도 꿈은 계속되어 결국에는 마지막 소장자가 고창경찰서에 신고하여 모셔갈 것을 부탁하기에 이르렀대요. 이에 1938년 11월 당시 선운사 스님과 경찰이 일본으로 건너가 보살상을 모셔 왔는데, 그것이 바로 선운사 지장보궁에 모신 금동지장보살좌상이라고 하네요. 성종 7년(1476)에 조성된 높이 1미터의 금동좌상으로 선운사가 모두 불에 탄 정유재란 때도 화를 면해 현재 보물로 지정되어 있어요. 사진 속 지장보살의 표정이 매우 근엄하여 죄지은 중생들을 꾸짖는 듯 느껴져요. 늘 자비심으로 다가올 것 같은 보살의 엄한 모습은 자비가 모든 걸 다 받아주는 게 아님을 알려주네요. 악질적인 중생에겐 자비란 없다는 것. 가피는 그냥 얻어지지 않아요. 반드시 간절한 기도와 정진이 선행되어야 해요. 중생이 가진 탐욕과 이기심을 비워내야 그만큼 부처님의 복덕이 채워지며, 타고난 복이 없어도 덕을 잘 쌓으면 저절로 복이 생긴다는 불교의 가르침에 감화된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