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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 ㅣ 클래식 라이브러리 3
버지니아 울프 지음, 안시열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3월
평점 :
인생에는 큰 용기와 힘이 필요해요.
우리가 착각의 존재들이라는 자각이 없다면 만족할 수 없는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을 거예요.
《자기만의 방》에서 버지니아 울프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요.
당시의 여성들은 존중받지 못했어요. 능력 있는 여성들에게 '허파에 바람이 들고 넋이 나가기 시작했다'(94p)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상식적인양 큰소리를 내고 있어요. 그러니 여성들의 재능은 온통 무성한 잡초와 찔레 덤불에 얽혀 자라기 힘들었던 거죠. 사실 이 책이 페미니스트의 상징이 되었다는 게 놀랍지만은 않아요. 여성의 불평등은 그때 과거의 일이 아니라 현재와도 맞닿아 있으니까요. 시대가 바뀌면서 몇 걸음 나아진 건 맞지만 큰 폭의 변화라고 볼 수는 없어요.
버지니아 울프는 대학교에서 여성을 위한 두 번의 강의를 바탕으로 <자기만의 방>을 썼다고 해요. 그래서 이 작품에서는 강의하듯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메리 비턴의 목소리이기도 하고 울프 자신의 목소리이기도 해요. 중요한 건 무엇을 말하고자 했느냐일 것 같아요. 작가로서 여성과 남성이 가지는 상대적인 장점들에 관해서 그 어떤 의견도 내지 않았다는 것, 즉 편 가르기를 하지 않았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왜냐하면 성차별, 편 가르기는 미숙하다는 의미이니까, 성숙한 인간으로서 자세를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생각해요. 문학과 예술은 훨씬 더 고차원의 영역이므로.
그럼에도 현실에서 마주하는 문제들을 직시하고 있어요. 여자로서 글을 쓴다는 것이 어떤 것들을 감내해야 하는 건지, 왜 글을 쓰는 일이 자신이 여성임을 의식해야 하는 건지, 그저 원하는 건 자기만의 방과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는 경제적 여유라는 건지... 어쩐지 꾹꾹 눌러둔 마음이 겨우 조금 비집고 나온 것만 같아서 씁쓸했어요. 온전한 나로 살고 싶다는 마음, 작가로서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정확하게 옮기는 일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인가 싶어서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가 그 모든 걸 말해주는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