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어두움에 대하여
이난영 지음 / 소동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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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에 예민한 편이 아니라서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입었는지는 잘 기억하지 못해요.

하지만 책은, 표지와 디자인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경우가 많아서 기억할 수밖에 없어요. 첫눈에 반하는 느낌이랄까요. 당연히 책 내용이 더 중요하지만 좋은 책일수록 멋진 표지를 가졌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어요. 어릴 때는 막연히 그림을 좋아했다면 지금은 정말 좋아해요. 마음이 끌리는 그림을 만나면 행복해지거든요.

《나무의 어두움에 대하여》는 이난영 작가님의 손그림 에세이예요.

이 책은 표지를 포함하여 책속 모든 그림을 작가님이 직접 그렸다고 하네요. 올해 만난 책들 가운데 가장 제 마음을 사로잡은 표지이고, 책속 모든 그림들이 사랑스러워요. 나무 위에 곱게 잠든 아이의 모습과 예쁜 꽃, 새들까지 전부 사랑스럽고 평화롭게 느껴져요. 

작가님이 들려주는 이야기도 그림이 주는 느낌과 다르지 않아요. 편안하게 도란도란 나누는 대화 같아요. 골목길 모퉁이에 혼자 사는 할머니가 요양병원에 가시면서 대문 밖에 버려진 화분을 데려온 일, 6년간 살던 집에 물이 새는 바람에 옆집으로 이사한 일, 교차로에 서 있던 양버즘나무가 잘려나간 일, 언제나 동네 입구 계단에 앉아 있는 계단 할머니와 나눈 대화, 옥상에서 식물을 키우는 이웃 사람들 이야기 등등.

안타깝게도 동네의 나무들이 베어져 나가고 , 곳곳의 숲들이 파괴되고 있어요. 사람들은 숲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어요. "숲을 얼마나 더 파괴해야 얼마나 많은 생명이 더 사라지고 멸종돼야 우리의 속도와 발전에 대한 욕망이 멈출까." (203p) 라는 저자의 말처럼 인간의 탐욕이 가장 무서운 것 같아요. 어린 시절에 학교에서 담임 선생님이 저자에게 저지른 일, 그 일화를 보면서 너무 화가 났어요. 나쁜 어른들이 준 상처를 고스란히 되돌려 주고 싶었어요. 그때 부끄러움을 느껴야 할 사람은 경솔하고 모진 언행을 했던 그 선생님이에요. 돌이켜보면 우리 또래는 선생님이 학교폭력 가해자였던 경험들이 있어요. 다 지나간 일이라고 넘기기엔 참 아픈 기억이죠. 저자는 그때의 일이, 그 어두움이 자신을 뿌리내리게 하여 나무가 되었다고 표현했어요. 왠지 그 마음을 알 것 같아요. 나무가 되어버린, 그 나무의 어두움에서 저자는 포근한 쉼을 발견했어요. 그 부분이 뭉클했어요. 타인의 아픔을 헤아리고 다독일 수 있는 마음은 그 어두움을 깊고 단단한 뿌리를 지닌 나무로 만들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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