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한 삶 클래식 라이브러리 2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윤진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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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면을 보면서 무척 놀랐어요.

뭐지, 제목과는 상반된 이 상황은... 영화였다면 더 섬뜩했을 것 같아요.

비명 소리는 계속되는데 가족들의 일상은 평온해보이는, 굉장히 이질적인 분위기라는 것.

주변에 살고 있는 이웃이라면 베르나트 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할 거예요. 왜냐하면 베르나트 가족들조차 모른 척, 아무 일 없는 척 지내고 있으니까요. 말하지 않아도 그들은 이미 알고 있어요. 애초에 바라던 것이라고, 주인공 '나'는 생각하고 있어요. 그녀는 스물여섯 살의 프랑수 베르나트예요. 모든 건 '나' 프랑수가 계획한 일이고, 그 사실을 오직 티엔만 간파하고 있었어요. 티엔은 베르나트 가족이 아닌 이방인이지만 이 집 사람들에 관해서 너무나 많은 걸 알고 있어요. 정작 티엔에 대해선 아는 것이 없지만, 딱 하나는 알고 있어요. 언젠가 떠날 사람이라는 것.

"나의 삶. 그것은 내가 맛도 모른 채 무심코 일부를 베어 먹은 과일이다.

지금의 이 나이도 이 모습도 내 책임이 아니다. 사람들은 이 모습을 알아본다.

이게 나다. 좋다. 어쩔 수 없다. 나는 바로 그 모습으로 정해졌고, 영원히 그렇다.

나는 스물다섯 해 전에 그렇게 존재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나는 나 자신을 내 팔로 안지도 못한다.

나는 내가 감싸 안지도 못하는 허리에 붙어 있다. 내 입과 내 웃음도 영원히 알 수 없다.

그래도 나는 나인 여자를 껴안고 싶고 사랑하고 싶다." (107p)

주인공의 선택을 결코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녀를 미워할 수도 없어요. 그녀의 말처럼 이야기는 이미 시작되었고, 어딘지 알 수 없는 곳으로 끌려가듯 이야기가 흘러가고 있어서 멈출 수가 없어요. 그녀가 느끼는 혼란과 권태 그리고 사랑과 죽음이 파도처럼 일렁이고 있어요. 그러다가 문득 중요한 질문이 떠올랐어요. "전적인 확신이 가능할까?" (131p) 우리에게 묻고 있어요. 당신이라면 확신할 수 있느냐고.

주인공이 원했던 건 그저 권태롭지 않은 날이에요. 머지않아 평온한 삶이 오고 있다고... 참으로 아이러니하죠. 권태롭지 않은 평온한 삶이라니요.

《평온한 삶》은 프랑스 소설가이자 극작가인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초기 작품이라고 해요.

저자는 프랑스의 식민지인 베트남에서 태어나 호찌민, 하노이, 프놈펜, 빈롱을 오가며 유년기를 보낸 뒤 프랑스로 돌아와 소르본 대학에서 법학과 정치학을 공부했고, 졸업 후에는 식민지 담당 공무원으로 생활하다가 1943년에 유년기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첫 번째 소설 《철면피들》을 선보였다고 하네요. 뒤라스의 작품 세계를 보면 전반적으로 가족 관계에서 빚어지는 불안과 절망이 깔려 있다고 하는데, 이 작품에서 잘 드러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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