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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로 떠나는 힐링여행 : 덕수궁 ㅣ 인문여행 시리즈 10
이향우 글.그림, 나각순 감수 / 인문산책 / 2023년 4월
평점 :
덕수궁 옆 정동길은 오래전부터 즐겨 거닐던 곳이에요.
추억의 장소라서 그곳을 떠올리면 늘 기분이 좋아져요. 근래 우리몇 년간은 발길이 뜸했던 터라 이 책을 보고 무척 반가웠네요.
《궁궐로 떠나는 힐링여행 덕수궁》은 인문여행 시리즈 열 번째 책이에요.
저자는 우리궁궐지킴이와 문화재 전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라고 해요. 원래 동일한 제목의 책을 2014년 출간했는데 그동안 여러 가지 달라진 모습들을 전하기 위해 2023년 개정판이 나온 거예요. 현재 덕수궁의 정문인 대한문은 월대 복원공사가 한창 진행중이고 고종 황제의 침전인 함녕전의 정문 광명문도 제자리에 세워졌고, 석조전 뒤편의 서양식 건축물 돈덕전은 내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고 해요.
이 책은 우리 궁궐 덕수궁의 이모저모를 살펴볼 수 있는 인문산책 가이드북이라고 할 수 있어요.
우선 덕수궁의 명칭 변화는 해당 시기의 역사를 엿볼 수 있어요. 1593년부터 1611년까지는 정릉동 행궁으로 불렸는데, 정릉동은 조선 초 태조의 계비 신덕왕후의 정릉이 있던 지역명에서 유래되었대요. 선조가 임진왜란으로 의주까지 피난 갔다가 한양으로 돌아왔을 때 궁궐들이 소실되어 성종의 형인 월산대군의 사저였던 곳을 임시 행궁으로 사용하였고, 이후 광해군이 1608년 이곳에서 즉위하고 3년 후인 1611년에 임시 행궁을 경운궁이라 이름 지었대요. 경운궁이 다시 궁궐로 사용된 것은 조선 말기 러시아 공사관에 있던 고종이 이곳으로 옮겨 오면서부터예요. 고종은 러시아 공사관에서 돌아와 조선의 국호를 대한제국으로 바꾸고, 새로 환구단을 지어 하늘에 제사를 지낸 뒤 황제의 자리에 올랐어요. 대한제국 선포는 조선이 자주 독립국임을 대외에 분명히 밝혀 정국을 주도하고자 한 고종의 선택이자 강력한 의자였어요. 대한제국의 위상에 맞게 경운궁 전각들을 다시 세워 일으킨 것도 같은 맥락이에요. 고종 당시의 덕수궁 권역은 현재 정동과 시청 앞 일대를 아우르는 규모로 현재 궁역의 3배 가까이에 이르렀다고 해요. 그러나 고종의 의지와 시도는 일제에 의해 좌절되었고, 1907년 고종은 강압에 의해 왕위에서 물러났어요. 이때부터 경운궁은 덕수궁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어요. 고종에게 왕위를 물려받은 순종이 창덕궁으로 옮겨가면서 고종에게 장수를 비는 뜻으로 덕수라는 궁호(공덕을 칭송하여 올리는 칭호)를 올린 것이 그대로 궁궐 이름이 된 거예요. 고종은 승하할 때까지 덕수궁에서 지냈으며 덕수궁은 고종 승하 이후 빠르게 해체, 축소되었어요. 그래서 덕수궁이라는 이름에는 우리의 아픈 역사가 깃들어 있어요. 석조전은 국권으로 빼앗긴 1910년 준공되어 대한제국의 정전으로 사용되지 못했지만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신고전주의 양식의 석조 건물이자 황제가 그토록 원했던 근대화의 꿈이 담겨 있어요.
덕수궁 곳곳에 숨은 역사를 알고 나면 그곳을 더욱 사랑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책속에 담긴 예쁜 지도와 부록에 실린 덕수궁 십경, 정동길 십경은 아름다운 우리 궁궐의 매력을 온전히 간직할 수 있게 해주네요. 아픈 역사를 품고 있는 그곳이 힐링의 장소가 될 수 있는 건 우리가 역사를 기억하기 때문이에요. 뛰어난 민족의 얼을 되살려야 할 때인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