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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화가다 - 그림에서 찾는 위로와 성장
아난 지음 / 이비락 / 2023년 3월
평점 :
《나는 화가다》는 아난 작가님의 에세이예요.
책 제목을 처음 봤을 때는 가볍게 예능프로그램의 제목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다 읽고 나니 혼자만의 숙제가 생긴 것 같아요. 과연 "나는 OO다."라는 표현에 들어갈 단어를 찾았나, 스스로 묻게 됐거든요. 한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는 나, 남들의 기준이나 평가 말고 내가 정의하는 '나'는 무엇인가.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인생 여정을 들려주고 있어요.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서 어떤 그림을 그려왔고, 무엇을 생각하며 살아왔는지를 보여주고 있어요. 25년차 아티스트의 자화상으로 느껴졌어요. 실제로 책속에 1997년 작품부터 최근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어요.
저자는 1997년 8월, 고등학교 1학년일 때 캐나다로 이민을 떠났고, 토론토에 있는 OCAD라는 미술대학에 입학하면서 자칭 '울퉁불퉁하고 불안정한 아티스트'의 여정을 시작했다고 해요.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갈 무렵에 한국으로 들어와 혼란스러운 시기를 겪었고, 40대가 된 지금 무언가를 기록하고 싶어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하네요. 책 표지 그림이 엄청 귀여워서 궁금했는데, 작품명은 < I am ready now! >, 캔버스에 유채, 2007년 당시 4학년 졸업작품이네요. 왠지 어린 시절에 찍었던 사진을 모티브로 한 작품 같은데 친근하게 느껴졌어요. 추억을 소환하는 한 장면이랄까요. 암튼 입을 야무지게 앙다문 소녀가 아난 작가님인 듯 싶어요. 당시 같은 작업실에서 다른 학생들과 북적거리며 졸업작품을 준비했는데, 대부분의 작품이 추상적이고 실험적인데 반해 자신의 그림은 너무 평범해보여서 고민했대요. 그때 교수님이 그림을 보며 이렇게 말씀하셨대요. "그냥 네 방식대로 해." (121p) 순수한 어린 시절의 '나'를 그렸던 그 마음을 교수님은 이미 간파했던 게 아닐까요. 오늘까지도 교수님의 조언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하는 저자는 우리에게 작은 용기와 위로를 건네고 있네요. 또한 아티스트의 존재 의미는 기쁨을 전달하는 데 있다고 믿는다면서 마지막 선물을 주네요. 바로 1987년 작품 <Dolphin performance> 이에요. 그림으로 전하는 마음, 덩달아 즐거워지네요.
"삶은 가끔 아주 낯선 현장으로 우리를 떠밀 때가 있다.
그 이질감이 싫어서 도망치려 애쓰지만 나오는 방법은
졸업장을 따거나 퇴학하거나 둘 중 하나다.
새로운 것을 무조건 거부하고 과거만 멀뚱히 바라보고 있다면
그것은 현재 자신이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86p)
"사람이 나를 '바로 안다'는 것은 실로 대단한 일이다.
그것을 진정 알고 있다면 모든 불필요한 일들이 사라진다.
더럽혀지지 않는 나만의 원작을 갖게 된다.
나만의 원작을 가질 용기.
그것이 그림이 내게 준 선물이었다." (123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