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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시집 컬러 일러스트
윤동주 지음 / 북카라반 / 2023년 2월
평점 :
우리가 사랑하는 시인 윤동주의 특별한 시집이 나왔어요.
아름다운 시에 어울리는 그림들로 새롭게 단장한 시화집이에요. 시가 지닌 글맛과 그림이 주는 힘을 모두 느낄 수 있어요.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 나는 괴로워했다. /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 걸어가야겠다. /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8p)
<서시 序詩>로 첫 장을 열고 있어요.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을 그린 그림이 서정적이네요. 시를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그림에 시선이 머물게 되고, 시각적 이미지가 주는 느낌이 더해져 별을 노래하는 시인의 마음이 보이는 것 같아요. 옅은 미소 뒤에 숨겨진 슬픔, 절망 그리고 희망...
"나무틈으로 반짝이는 별만이 / 새날의 희망으로 나를 이끈다." (105p) 라는 문장은 <산림 山林>이라는 시의 마지막 연이에요. 한낮에 나무틈으로 반짝이는 건 별이 아닌 햇살이겠지요. 현실은 밤처럼 어둡지만 낮과 같이 환한 빛을 꿈꾸는 마음은 그때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네요.
시집은 보통의 책과는 달리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야 해요. 문장과 문장 사이, 행간에도 표정이 있다고 하잖아요. 눈으로 볼 수 없는 건 마음으로 읽어야죠. 우리에게 시란, 그러한 이유로 존재하는 것 같아요. 잊고 있던 것, 잃어버린 것을 떠올리게 만들어요.
"잃어버렸습니다. /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 길에 나아갑니다. /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 풀 한 포기 없은 이 길을 걷는 것은 /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38-39p) 이 시의 제목은 <길>이에요. 인생이라는 길, 우리는 때때로 길을 잃고 헤매기도 하지만 되돌아갈 수는 없어요. 돌고 돌아도 나아가야 하는 길, 그게 인생이니까요. 중요한 건 자신이 잃어버린 걸 찾는 일이겠지요. 무엇을 잃어버렸나, 그건 자신만이 알고 있어요. 다른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어요. 시인은 별을 노래하고, 별을 사랑하면서도 하늘을 쳐다볼 때마다 부끄러워했어요. 인간이라면 응당 부끄러움을 알아야 하는데, 지금 세상은 어째서 염치 없는 뻔뻔함이 기승을 부리는 걸까요. 시는 우리 내면으로 스며들어 혼탁한 것들을 정화시켜주는 것 같아요. 적어도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이고 싶어요. 예쁜 꽃, 초록빛 풀, 아름드리 나무, 눈부신 햇살을 보며 웃을 수 있는 사람이고 싶어요. 윤동주 시인의 시를 읽노라면 천진무구한 소년의 마음으로 세상을 보는 느낌을 배우게 돼요. 볼 때마다 새로워요.
이 책에는 모두 104편의 시가 실려 있어요. 하루에 한 편의 시를 읽어도 좋고, 문득 펼쳐진 부분을 읽어도 좋아요. 늘 곁에 두고 읽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할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