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갚는 기술 - 돈 한 푼 안 들이고 채권자 만족시키기 고전으로 오늘 읽기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이선주 옮김 / 헤이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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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면 재테크 책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빚 갚는 기술》은 오노레 드 발자크의 소설이에요. 부제는 '돈 한 푼 안 들이고 채권자 만족시키기'예요. 다 읽고나면 무엇을 위한 기술인지 깨닫게 될 거예요.

프랑스 소설가이자 극작가인 발자크는 근대 사실주의문학의 대가로서 평생 90편 이상의 작품을 출간했지만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많은 빚을 진 채 51세의 나이에 사망했다고 해요. 이 책의 프랑스어 원서는 발자크가 자신의 인쇄소에서 출간한 1827년 작품이라고 하네요. 자그마치 200년 전에 쓰여졌다니 놀라울 따름이에요. 현실에 기반을 둔 진짜 이야기라는 점에서 시대를 초월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네요. 먹고 사는 문제야말로 가장 현실적인 얘기니까요. 나라 경제가 어려워지면 충분히 가지지 못한 개인들은 살기 위해 빚을 지고, 점점 채무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어요.

우선 저자는 이 책의 취지를 밝히고 있어요. '저지른 범행과 감당 못할 빚으로 삶의 초점을 잃어버려 오직 법적 집행만이 정당해져버린 사람들, 그래서 세상이 완전히 뒤바꾸어버리지 않는 한 딱히 구제 방법이 없어서 오히려 피하는 게 나은 사람들' (7p)을 위해 쓴 것이 아니라는 점. 뻔뻔하고 게으른 신용 불량자에겐 일절 도움을 줄 생각이 없다는 뜻이에요. 이 책의 대상자는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불가항력으로 나라의 재산 분할을 받지 못한 부류, 육체적·정신적 자질과 사회의 평가 기준을 모두 갖췄지만 벌이가 넉넉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빚을 진 사람들, 원리 원칙을 지키고 살아가며 채권자를 의도적으로 괴롭힐 생각은 없지만 달리 방법이 없어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라는 거예요.

저자는 슬그머니 본인은 빠지고, 대신 삼촌 앙페제 남작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어요. 삼촌 앙페제 남작은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빚을 갚으며 채권자를 만족시키는 기술의 발명자였어요. 삼촌의 유산은 한 권의 책이며 그 안에는 명언과 참신한 생각들이 정리되어 있어요. 빚이란 무엇인지, 빚의 본질을 언급하고 있는데 묘하게 설득되는 부분이 있어요. 어째서 삼촌은 절대로 갚지 않는 방식으로 시작해서 똑같은 방식으로 마감했는지, 그 이유가 자세히 설명되어 있어요. 삼촌의 가르침을 실행에 옮기려면 자신이라는 사람에 대한 혹독한 검증이 필요해요. 핵심은 돈이 아니라 사람이니까요.

돈을 빌려주고, 빌려가면서 채권자와 채무자라는 관계가 형성되고, 빚이라는 공통점이 생기게 되는데 여기에는 놀라운 비밀이 숨겨져 있어요. 인간만이 지닌 속성, 그걸 이해할 수 있다면 삶의 통찰력을 얻었다고 볼 수 있어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모든 사람이 삼촌처럼 살 수는 없어요. 발자크가 말하고 싶었던 건 책 속에 들어 있으니 바로 꺼내보길, 아마 사람마다 다를 걸요.



"내가 어떻게 사는 지 알고 싶니? 바로 이렇게 살고 있다!

내가 뭘 샀는지 어머니에게도 썼는데, 네가 알게 되면 아주 놀랄 걸.

다름이 아니라 하인 한 명을 샀다. 그래, 하인을.

근데 이름이 뭔지 아니?

이름은 바로 '나 자신'이다. 나 자신은 게으르고, 엉성하고, 예측이 불가능해.

주인이 배고프고 목말라도 어떨 때는 제공할 빵도 물도 그에게는 없어.

나는 일어나자마자 나 자신을 불러서 내 방을 청소하게 하지.

나 자신아! 네, 주인님? (...) 이제 나 자신이 아닌 내 이야기를 해볼까?" (165p)

발자크가 본격적으로 집필과 궁핍의 생활을 시작하게 된 시기인 1819년 동생 로르에게 보낸 편지 중 일부 내용이에요. 원서에는 없는 글이지만 역자가 특별히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추가로 수록했다고 하네요. 느낌이 팍 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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