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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 케이크의 특별한 슬픔
에이미 벤더 지음, 황근하 옮김 / 멜라이트 / 2023년 3월
평점 :
《레몬 케이크의 특별한 슬픔》은 에이미 벤더 작가님의 장편소설이에요.
아무도 모르는 비밀, 특별한 능력을 가진 소녀 로즈의 이야기예요. 만약 로즈 또래의 친구였다면 남들이 갖지 못한 초능력을 부러워했을 거예요.
하지만 로즈의 은밀한 속마음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슬픔과 아픔이 느껴져서 너무나 안타까웠어요. 겉보기엔 화목한 가족의 전형이지만 어린 로즈의 눈에는 진실이 보이고, 그걸 숨길 수 밖에 없으니 괴로운 거죠. 로즈가 엄마의 마음을 읽어낸 장면은 두 사람 모두의 마음을 알 것 같아서 뭉클했네요.
"엄마는 괜찮아. 엄마는 그냥, 네가 알아줬으면 좋겠구나.
아가. 네가 나에 대해서 그렇게 많이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엄마는 그렇게 말하고 나를 건너다 보았다.
엄마의 눈은 커다랗고 투명하고, 늦은 오후의 바닷물처럼 짙은 파란색이었다.
하지만 눈빛 속에는 여전히 똑같은 갈망이 있었다.
'제발 나를 걱정해다오. 도와줘. 난 행복하지 않아. 날 좀 도와다오.'
내가 엄마의 눈 속에서 본 것은 그랬다.
... 그리고 이제 내가 할 일은, 그 메시지를 받지 않은 척하는 것이었다.
"알겠어요." 내가 말했다. (117-118p)
우리에겐 로즈와 같은 능력은 없지만 어떤 마음인지는 이해할 수 있어요. 뻔히 보이지만 모른 척 해야 하는 아픔들, 현실에는 너무 많으니까요.
외롭고 고통스러웠던 시기를 견디면서 로즈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찾아냈어요. 그것이 참 아름답고 따스했어요. 가족은 가까우면서도 먼, 쉽고도 어려운 관계인 것 같아요. 감정, 기분, 마음이라는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자라나는 꽃이 아닐까 싶어요. 싫고, 밉고, 짜증나고, 화나는 것들은 부정적이라고 해서 나쁜 건 아니에요. 부정적인 것이든 긍정적인 것이든 우리에겐 모두 필요한 마음이라는 것. 마지막 장면에서 로즈는 집으로 걸어오는 길에 아빠 차를 지나쳤는데, 운전석에 고개를 떨구고 잠든 모습을 봤어요. 로즈는 근처 풀숲에서 동백꽃 한 송이를 따서 아빠 차 앞유리에 두고 왔어요. 아무것도 간섭하지 않고도 자신의 마음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 서로의 거리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구나, 그리고 내 안의 사랑은 오직 나만의 것이구나. 음식과 감정의 조합, 신비롭고 멋졌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