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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문해력 수업 - 인지언어학자가 들려주는 맥락, 상황, 뉘앙스를 읽는 법
유승민 지음 / 웨일북 / 2023년 3월
평점 :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치라는 걸 보며 살고 있어요. 근데 이 눈치가 참 묘한 것 같아요.
없어도 문제, 많아도 탈이라서 줄타기 마냥 균형잡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통해 눈치의 재발견을 했네요.
저자는 인지언어학을 공부하면서 논문의 주제를 '눈치'로 정했고, "눈치는 타인을 이해하는 능력을 타고난 우리의 본능" (7p)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하네요. 이 책의 내용 일부는 당시 논문에서 가져왔지만 생기를 불어 넣어 준 건 함께해온 동료들이었다고 고백하네요. 그들과의 대화가 마중물이 되어 책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말이에요.
《감정 문해력 수업》은 꽉 막힌 대화를 뻥 뚫어주는 기술을 담아낸 책이에요. 기술이라고 표현했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 진심을 뺄 수 없는 기본값이에요. 나의 진심을 온전히 잘 전달하고, 상대의 속마음을 정확하게 읽어내려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해요. 저자는 눈치, 침묵, 암묵지 등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이 대화의 맥락, 상황, 뉘앙스를 해석하는 쓸모 있는 도구이며, 어떻게 도구를 활용해야 하는지를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어요.
무엇보다 한국인만의 '눈치'가 영 나쁜 게 아니었다는 것, 오히려 자부심을 가져도 될 만한 능력임을 알게 되어서 좋았어요. 눈치의 어원은 17세기부터 18세기까지 사용하던 '눈츼'라는 단어에서 찾을 수 있는데, 통용됐던 한자도 무려 세 가지로, '눈이 가진 세력', '눈이 알아내는 것', '눈의 가진 빛깔' (117p)을 의미한다고 하네요. '츼'라는 단어는 '한쪽에 치우친 모양'으로,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려 흰자를 보이는 행위인데 마음을 읽어내려는 독특한 모습을 표현했다는 점에서 기가 막힌 작명이에요. 의식하지 않아도 우리는 매일 타인과 수많은 눈치 언어를 주고받으며 살고 있어요. 웬만한 건 눈으로 해결하고, 해결이 안 될 경우는 소리로 된 언어가 등장하는 거예요. 말보다 한 수 위가 눈치라는 거죠. 놀랍게도 영국 일간지에서 눈치(nunchi)는 한국인들의 초능력이며 인생, 일, 사랑의 성공 열쇠가 되는 직감적 반응이라며 긍정적으로 소개했는데, 실제로 눈치에 관해 탐구했던 저자는 "눈치란, 눈으로 소통하는 본능과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길 바라는' 우리네 정서가 한 스푼 얹어진 결정체" (121p)라고 정의했네요. 그러니 우리가 할 일은 시선을 긍정에 맞추면 돼요. 눈치 보는 마음을 너그럽게 바라보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면 일상이 달라질 거예요. 말그릇보다 더 큰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눈치 사용법, 이 책을 통해 배웠네요. "나 눈치 좀 볼 줄 아는 사람이야." (340p)라고 자신 있게 말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