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여행
사카가미 가오리 지음, 박병식 옮김 / 푸른숲 / 2006년 10월
평점 :
품절


근래에  뉴스에 보도되는 끔찍한 사건들을 보며 그 범죄자들을 향해 욕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특히 어린 아이들을 상대로 한 범죄를 볼 때는 분노를 금치 못해, "저 죽일 놈들...."하며 범죄자들을 강력히 응징해야 한다고 부르짖었다. 어떻게 응징할 것인가?
예전에 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보면서 사형제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살인자를 사형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했는데 읽다보니 사형수도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참하고 끔찍한 어린 시절을 보낸 그였지만 피해자 가족의 만남을 통해 참회했다. 자신의 죄를 고통스러워하며 용서받고 싶어했다. 자신을 받아주는 따뜻한 사람들의 마음을 느끼며 살고 싶어했다. 사형수에게 연민을 느꼈다. 나도 그 사형수가 살기를 바랬다.
<희망 여행>은 현재 4000여명의 회원을 가진 '화해를 위한 살인 피해자 유가족 모임(Murder Victims Families for Reconciliation : MVFR)' 이라는 시민 단체가 주최한다. 가족이 피살되었는데도 사형 제도에 반대하는, 미국에서도 보기 드문 피해자 유가족 단체이다.
 
" 지금부터 일어나는 일은 폭력의 되풀이입니다. 사형은 새로운 폭력을 낳을 뿐이에요. 폭력을 밑바탕에 깔고 있는 사회는 젊은이들에게 폭력 외의 대응책을 가르칠 수가 없어요. 살인을 살인으로 심판할 것이 아니라, 사람을 죽이는 일은 잘못된 행동이라는 것을 보여줘야 해요."
 
책 속의 많은 피해자와 가해자,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참 마음이 아팠다. 피해자 가족뿐만이 아니라 가해자의 가족 역시 고통을 당하고 있다. 그들의 고통은 바로 우리 모두의 고통일 수 있다. 피해자 가족이 사형 반대 운동을 하는 것은 피해자에 대한 애정이 없어서가 아니라 사형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는 강한 신념이 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복수심이란 마약 같은 것이에요. 양이 적으면 부족해서 더욱더 필요로 하게 돼요. MVFR은 그런 체험을 거쳐 복수심에서 탈출하기로 결심한 사람들의 모임이에요. 유가족 대부분은 사형 집행을 지켜봄으로써 사건을 끝낼 수 있다고 믿어요. 그렇지만 사형이 집행되었다고 해서 슬픔이나 고뇌가 사라지지 않아요. 실제로 그 현장에 입회한 가족의 대부분이 사형 집행의 허무함에 분노하고는 '너무 간단하다'고 말해요. 지금까지 범인을 사형시키는 일에 매달려서 살아온 사람들은 갑자기 삶의 목적을 잃고 말죠. 그리고 '피해자는 고통을 받고 죽었는데 가해자는 고통도 안받고 너무나 간단하게 죽었다'는 일종의 환상을 갖게 되고, 집행 후에는 그 환상에 매달려서 살아갈 수 밖에 없어요."
 
범죄자를 향한 복수심과 분노는 결국 자신을 파괴할 뿐이다. 복수심을 참지 못하던 피해자 가족 중에는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하는 경우도 있다. 슬픈 일이다.
 
"내가 희망 여행에 참가하는 것은 '용서하는 것'이 '치유되기 위한' 답이라는 것을 모두에게 알리기 위해서예요. '용서'는 타인을 용서하는 게 아니라 자신을 위로하는 거예요."
 
극악무도하고 괴물같은 범죄자도 보통 사람이다. 그들이 저지른 범죄는 용서할 수 없지만 그 사람은 죄를 뉘우칠 수 있는 인간인 것이다. 범죄자들의 어린 시절을 보면 하나같이 불우했다. 따뜻한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어린 시절에 학대, 폭행을 당했으니 그들에게 이 세상은 지옥같았을 것이다. 왜 이 사회는 그들이 범죄를 저지르기 전에는 관심을 주지 않은걸까?
 
"범죄자도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는 모두 피해자였다."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지원을 원활히 하고 피해자가 회복하기 쉬운 환경을 만드는 것이 범죄의 방지로 이어지는 것이다. 가정에서 은밀히 자행되는 아동 학대나 학교 폭력과 체벌 등의 폭력 행위에 대한 확실한 대응책이 있어야 한다. 폭력의 고리를 끊고 더 살기 좋은 사회를 위하여 사형 제도가 폐지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한다. 희망 여행을 떠나는 피해자 유가족과 사형수 가족들을 통해 희망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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