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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그림자가 보이지 않는다
이동건 지음 / 델피노 / 2023년 3월
평점 :
'꼬리잡기'라는 게임이 있어요.
두 팀으로 나누어 맨 앞사람의 허리를 잡고 일렬로 늘어선 다음, 맨 앞사람(머리)이 상대팀의 맨 끝사람(꼬리)을 떼어내면 이기는 놀이예요.
처음엔 양 팀의 머리를 맡은 맨 앞사람끼리 탐색을 하다가 어느 순간 꼬리인 맨 끝사람을 잡기 위해 달려가면 본격적인 게임이 시작돼요. 머리가 움직이는 방향대로 줄줄이 따라 달리다보면 정신없이 뱅글뱅글 돌게 되고, 잡고 있던 손을 놓치면 스스로 꼬리가 잘린 격이라 게임에서 지게 돼요. 그래서 꼬리잡기의 승부는 진짜 맨 끝사람인 꼬리를 잡는 게 아니라 이리저리 대열을 흔들어서 중간을 끊기게 만드는 쪽이 이기는 거예요.
《우린 그림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이동건 작가님의 장편소설이에요.
이 소설은 권력을 향해 몰려드는 불나방들의 이야기예요. 정치인과 재벌, 전직 검사 그리고 검은손.
현 정권의 실세인 원로 정치인 이원택에게 최창길이 최근 이슈를 속닥이고 있어요. 대천이 해일을 합병하기 전, 최성진이 있는 제1야당 속 가장 높은 곳에 앉아 있던 사람, 이른바 어르신으로 불리는 세 사람이 누군가의 폭로와 함께 기소되고 여론몰이가 심해지면서 특검이 만들어졌고, 그 담당이 이진수였다는 것. 야당의 뿌리가 되는 어르신 세 명을 감옥을 갔으니 그 밑에 안석현, 백정환, 박경수가 힘 좀 키우게 됐다는 것. 최성진은 최성건의 동생으로 젊고 잘생긴 걸로 유명해진 신인 정치인인데 그 최성진의 뒤를 전직 검사 이진수가 봐주고 있다는 것. 무엇보다 대천 김필정을 감옥에 보낸 이진수에게 돈을 대주는 것이 김필정의 아들 김태웅이며, 당 대표 아들 두 명이 미국에서 유학 중인데 둘다 실종된 것도 이진수가 한 짓이라는 것. 이 모든 일들은 현재 막강한 권력을 손에 쥔 이원택에게 맞서는 이진수의 치밀한 계획이었고, 소설은 이진수가 어떻게 정치판 뒤에서 이들을 조종하는지를 보여주고 있어요. 돈과 권력에 붙었다가 조금이라도 위험할 것 같으면 재빨리 손절하는 그들의 모습은 치졸하고 비열하네요.
"결과는 돌고 돌아 같다며?" (256p)
배신과 공포의 냄새, 비열한 그들의 최후는 돌고 돌아 같다는 것. 꼬리잡기 게임에서 이기려면 꼬리를 잡아선 안 돼요. 상대를 쫓을 게 아니라 자신의 팀이 끊어지지 않게 잘 붙드는 것이 더 중요하지요. 탐욕에 찌든 그들에겐 서로를 붙들어줄 힘도 이유도 없으니 결과는 같을 수밖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