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리주인
강희찬 지음 / 북레시피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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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역사 소설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시대는 조선인 것 같아요.

남겨진 기록에 근거하여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지는 순간 역사는 새로운 이야기로 거듭날 수 있어요.

《의리주인》은 강희찬 작가님의 역사소설이에요.

이 소설은 정조 즉위년 1776년 여름으로 시작하여 영조51년, 1775년 겨울로 끝을 맺고 있어요. 영조, 정조 시대의 정치가로 알려진 홍국영, 그가 바로 이 소설의 주인공이에요.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 홍덕로라는 이름으로 등장했던 미남자가 바로 홍국영이에요. 그를 주목하게 되는 이유는 정치적 부상과 몰락이 너무나 극적이기 때문일 거예요. 정조 초기 3년 동안 최고의 권세를 누리다가 갑자기 버림받으며 역적이라고 몰린 인물이니 역사적 평가는 그리 좋다고 볼 순 없겠네요. 그러나 과연 역사를 기록한 사람들이 홍국영이라는 인간을 제대로 평가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작가는 그 지점에 의문을 품고 이 소설을 썼다고 해요. 기록 너머 감춰진 진실, 아무도 알 수 없지만 얼마든지 상상할 수 있는 이야기. 역사적 인물을 다룬 이야기지만 소설이기에 홍국영이라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현실감 있게 그려내고 있어요. 사도세자 사건으로 사람들을 쉽게 믿지 못했던 정조가 홍국영에게 마음을 열었다는 건 뭔가 진심이 통했다는 의미일 거예요. 수려한 외모뿐 아니라 인간적인 매력을 지닌 것만은 확실한 것 같아요. 근데 운명은 날개를 달아주었다가 모질게 그 날개를 빼앗아버렸네요. 정조의 왕위 등극 과정에서 공로를 세웠고 정조의 절대적 신임을 받았던, 이른바 정조의 남자였던 홍국영. 그가 소설의 주인공이 되어 우리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남들의 평가가 아닌 오직 홍국영으로서 어떤 선택과 결정을 할 것인가,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를 보여주고 있어요. 참으로 아이러니한 건 홍국영은 이미 자신의 답을 갖고 있었다는 거예요. 조정에 들어가기 전, 도성 밖에서 장사를 하며 살 적에 홍국영은 일꾼 얼박이에게 했던 말이 작가님이 본 홍국영의 진짜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그건 우리 모두에게 해주는 말이기도 하고요.

"인생을 즐기시게. 인생은 문틈 사이로 달리는 말을 보는 것 같다고 했어. 그대 인생이 그리 재밌어 보이지는 않거든."

"나리는 부디 그렇게 사세요. 진심이에요." (20p)



"그대는...... 누굽니까?"

"저는...... 홍국영입니다."

...

"저는 누구에게도 속해 있지도 또 누군가의 그림자 아래 있지도 않습니다.

제 길은 제가 정하지요. 늘 그래왔습니다." (218p)


내가 스스로를 '나'라고 생각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아.

'나'답게 행동해야 내가 되는 거지. 난 상처받거나 억울한 감정을 키우지 않을 거야.

분노로 눈이 멀기보다는 그것 때문에 더 냉철해지는 사람이 되는 거야.

그래! 다시 한번 조정으로 들어간다!

국영이 간다. 그는 홍국영이다. (22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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