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평등하다는 착각 - 왜 여성의 말에는 권위가 실리지 않는가?
메리 앤 시그하트 지음, 김진주 옮김 / 앵글북스 / 2023년 3월
평점 :
"성평등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은 우리가 남성이 지배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많은 남성은 이 사실을 눈치 채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성평등을 정상에서 벗어난 것으로 간주한다."
-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 (398p)
우리 사회는 정의롭고 평등할까요.
너무 어리석은 질문이었네요. 연일 쏟아지는 뉴스만 봐도 돈과 권력이 법 위에서 뛰노는 상황에 분노가 터질 테니 말이에요.
매년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앞두고 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가 유리천장지수(여성 지위를 평가하는 지표)를 발표하는데, 한국은 경제개발협력기구 OECD 회원국 중에서 최하위를 차지하면서 11년 연속 꼴찌를 기록했어요. 남녀 소득 격차가 가장 컸고, 여성의 노동 참여율은 가장 낮았어요. 경제규모 세계 10위 선진국이자 'K 컬처'로 문화강국 반열에 오른 한국의 부끄러운 현주소예요. 현 정권이 여성가족부 폐지를 추진하고, 개정 교육과정에서 성소수자, 성평등, 재생산권 표현을 삭제하고, 임신중지 의약품 허가절차를 지연시키면서 안티페미니즘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어요. 더 끔찍한 건 일부 언론보도에서 여성의 취약성 내지는 성불평등을 보여주는 통계를 지표의 결과만 제시하여 여성혐오를 부추기는 자극적인 제목을 뽑아냈다는 거예요. 평등하다고 말만 한다고 평등해지나요.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자마자 퇴행하고 있는 암담한 상황 속에서 정신을 번쩍 차리게 만드는 책이 나왔네요.
《평등하다는 착각》는 메리 앤 시그하트의 책이에요. 부제는 "왜 여성의 말에는 권위가 실리지 않는가?"예요. 여성 지도자나 전문가의 권위가 왜 과소평가되고 무시당하는 걸까요. 저자는 여성과 남성 간의 차별, 여성이 남성보다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무의식적 편향을 지적하면서, 여성과 남성 사이에 존재하는 '권위 격차' 때문이라고 답해주네요. 우리는 스스로 이룬 진보에 너무나 쉽게 기뻐하면서 세상에 여전히 존재하는 편향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다고, 그 편향을 자세히 살펴보고자 이 책을 썼다고 해요. 궁극적인 목표는 편향의 본모습을 직시하고 이에 대항하자는 거예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알기 위해선 현장의 목소리가 필요해요. 그래서 저자는 세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성공한, 권위 있는 여성 50인과 인터뷰를 했고 그들이 경험한 권위 격차에 대해 들려주고 있어요. 전혀 몰랐던 비밀도 아닌데, 뼈 때리는 충격과 부글부글 분노가 끓어오르네요. 사실 중요한 건 권위 격차의 존재가 결코 당연하지 않다는 점을 인지하면서 극복하고 해결하는 방법을 찾는 거예요. 저자가 제시한 권위 격차 해소에 도움이 되는 방법들은 개인이 할 수 있는 일, 배우자로서 할 수 있는 일, 부모가 할 수 있는 일, 직장 동료가 할 수 있는 일, 고용주가 할 수 있는 일, 교사가 할 수 있는 일, 언론이 할 수 있는 일, 정부가 할 수 있는 일, 사회가 할 수 있는 일로 나뉘어 정리되어 있어요. 사회구성원으로서 각자 역할 내에서 가능한 실천 항목을 늘려간다면 바꿀 수 있어요. 핵심은 협력이에요. 여자와 남자는 경쟁자가 아닌 함께 살아가는 동지라는 개념을 가져야 더불어 행복할 수 있어요. 평등하지 않은 현실에서 평등함을 추구하는 건 모두를 위한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