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 지르게 하라, 불타오르게 하라 - 갈망, 관찰, 거주의 글쓰기
레슬리 제이미슨 지음, 송섬별 옮김 / 반비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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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주는 강렬함이 오히려 선입견을 주는 게 아닌가 싶어요.

뭔가 쟁취하기 위한 외침 같기도 하고, 도발하는 구호처럼 들리거든요. 별다른 거부감이 없다면 다행이지만 만약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느낌이 있다면 오해라고 말하고 싶아요.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해석인데, "~하라!"는 선동적인 의미가 아니라 작가 내면의 깨달음이라고 느꼈어요. 처음 만나는 작가지만 그가 글을 쓰는 과정이 매우 흥미롭게 다가왔어요. 바로 갈망, 관찰, 거주의 글쓰기가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비명 지르게 하라, 불타오르게 하라》는 레슬리 제이미슨의 2019년 산문집이라고 해요.

이제까지 읽었던 에세이들은 서문이 있었고, 그 덕분에 책 속으로 자연스럽게 입장했던 것 같아요. 근데 이 책은 달랐어요. 목차 다음에 본론으로 들어가 "52 블루"라는 매우 흥미로운 고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마치 형식적인 인사는 생략한 채 곧바로 용건을 말하는 방식으로, 원래였다면 어색하고 불편함을 토로했을 텐데 그럴 틈도 없이 이야기에 빠져든 것 같아요. "52 블루"는 52 헤르츠의 울음소리를 내는 고래의 이름이에요. 위드비섬 해군항공기지의 음향기술자가 최초로 식별해냈고, 흰수염고래나 혹등 고래 등 다른 고래들과는 완전히 다른 주파수라는 점에서 유일무이한 고래로 특정되었고, 그 주파수 덕분에 꽤 오랫동안 추적할 수 있었다고 해요. 52 블루의 특정성은 그가 혼자라는 사실처럼 그에게 개성을 더해주었고, 9·11 이후 연구비가 완전히 끊기고 3년이 지난 2004년, 최초로 52 블루를 다룬 우즈홀 연구자들의 논문이 게재되면서 이 고래에 대한 편지들이 쇄도했다고 해요. 논문 저자가 사망한 상태라서 밀려드는 편지를 받은 사람은 그의 연구보조원이었고,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고래"라는 전설이 탄생하게 되었대요. 사람들은 왜 이 고래한테 푹 빠졌을까요. 물론 고래는 고래일 뿐이라고 여기는 사람들도 있어요. 중요한 건 둘다 인정할 수 있다는 거예요. "다른 사람의 심장이 어떻게 생겼는지 함부로 짐작하지 말라. 그 마음이 품은 열망을 짐작하지 마라." (38p)

저자는 왜 글쓰기라는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일까,라는 아주 근본적인 궁금증이 생겼고, 그의 글 속에서 저만의 해답을 찾을 수 있었어요.

레슬리 제이미슨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인터뷰하며 관련된 글을 쓰고 있어요. 회의주의자에게 회의감을 느낀다는 저자는 열린 마음으로 인터뷰 하려는 노력이 엿보여요. 어느 순간 상대방의 감정에 동요되기도 하고 의심할 때도 있지만 그 혼란한 상태를 솔직하게 인정하는 면이 매력적인 것 같아요. 저자의 팔에는 길게 새겨 놓은 타투가 있다고 해요. "Homo sum : humani nil a me alienum puto (나는 인간이다. 인간에 관한 그 무엇도 내게 낯설지 않다.)" 타투를 새길 당시에는 확고한 마음 내지 각오가 있었을 텐데, 종종 공감할 수 없는 사람을 마주할 때는 일종의 주문이 되는 것 같아요. 타투의 문장을 진짜 몸에 새기진 않겠지만 두고두고 마음에 남을 것 같아요. 인간에 관한 깊은 애정과 호기심이야말로 글쓰기의 원동력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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