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너희 세상에도
남유하 지음 / 고블 / 2023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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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부터 뭔가 오싹한 기운을 풍기더니 역시나 내용이 만만치 않네요.

단순히 무섭다, 섬뜩하다는 표현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이야기 4편을 만날 수 있어요. 아무런 준비 없이 덜컥 문을 열었다가 충격을 받을 수도 있어요. 앗, 이미 표지 그림으로 일종의 경고를 했던 거네요. 이 정도로는 전혀 타격감이 없다면 얼마든지 읽으라고 말이죠.

《부디 너희 세상에도》는 남유하 작가님의 소설집이에요.

일단 책의 부피는 작고 얇으며 가벼워요. 신기한 건 이야기 자체는 짧은데 읽고나면 여운이 길게 남는다는 거예요.

독특하고 기괴한 이야기 속에 작가님만의 날카로운 시선이 담겨 있어요. 현실에서 본 적 없는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묘하게 공감되는 것도 인간의 어두운 내면과 본성을 보여주기 때문일 거예요. 드러나지 않는 내면의 모습이기에 우리는 종종 착각할 때가 있어요. 자신은 아닐 거라는...

<반짝이는 것>에서는 좀비와는 결이 다른, ACAS(Acquired Cardiac Arrest Syndrome)라는 후천성 심정지 증후군이 등장해요. 심폐기능은 정지되지만 뇌가 완전히 소멸할 때까지 식욕만 남은 상태로 살아가야 하는 감염자들은 별다른 치료 방법이 없고, 국가 공인 안락사 기관인 다이웰에서 일정한 비용을 받고 편안한 죽음을 유도하고 있어요. 여든둘의 일규는 ACAS에 감염되었지만 먹는 것만 밝히는 대다수 감염자와는 달리 변종이라 사고 능력을 잃지 않고 최소한의 의사소통이 가능했어요. 주인공 일규가 신발을 벗으려다가 멈칫하며 벗지 않는 장면이 좀 울컥했네요. 몸은 살아 있는 시체인데 정신만 또렷한 상태라면 너무나 끔찍할 것 같아요. 젊은 사람들에겐 노화, 치매는 머나먼 우주 이야기처럼 들릴 테니, ACAS 라는 가상의 전염병도 크게 와닿지 않을 수 있어요. 이 소설을 공포물로 본다면 쉽게 잊혀지겠지만 주인공 일규의 시점에서 바라본다면 많은 생각과 감정이 교차할 거예요. 홀로 남은 노인의 최후를 통해 세상에서 가장 반짝이는 것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어요.

<에이의 숟가락>과 <뇌의 나무>은 잔혹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면, <화면공포증>은 스마트폰, 컴퓨터, 텔레비전 등 디지털기기 화면에 잠식당한 현대인들의 비극을 그려내고 있어요. 이건 저주다, 싶은 상황들이 펼쳐지는데, 과연 가상 세계의 이야기일 뿐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다시 소설집의 제목을 소리내어 읽어보니, 한 방 크게 맞은 기분이 드네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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