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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소년범을 변호했을까 - 우리 사회에서 낙인찍힌 그들을 위한 변론, 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
김광민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3년 2월
평점 :
소년범에 대한 오해, 그 시작은 어디일까요.
여러 가지 원인들이 있겠지만 언론 미디어의 영향이 컸다고 볼 수 있어요.
몇몇 사건을 자극적으로 보도하면서 소년범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확산시켰고,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을 부추겼던 거죠.
보도된 사건들이 워낙 끔찍한 범죄라서 분노가 치밀었던 건 맞지만 법적인 문제는 감정과는 별개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소년범죄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어서 스스로 편견과 오해가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네요.
《나는 왜 소년범을 변호했을까》는 우리 사회가 외면했던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에요.
저자는 위기청소년 출신 변호사로 6년간 일하면서 한 가지를 깨달았다고 해요. 우리 사회가 그들을 비난할 자격이 없다는 거예요.
이 책에는 저자가 만난 소년범 열다섯 명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등장하는 인물은 모두 가명이고, 사건도 실제 사건이 유추되지 않도록 각색했다는데 읽는 내내 가슴에 무거운 돌덩이를 얹은 듯 답답하고 힘들었어요. 범죄 내용도 잔혹하지만 그보다 당사자인 아이들이 처한 환경이 너무 참담해서 할 말을 잃고 말았네요. 어린 범죄자들의 공통된 특징은 해체된 가정에서 자란 경우가 많다는 점이에요. 가정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처벌을 받고 다시 돌아가야 하는 곳은 기댈 수 없는 가정 또는 냉혹한 거리일 뿐, 가정이 아닌 거리로 나온 아이들은 자신을 범죄로 내몰았던 환경 속에서 다시 범죄에 이끌리게 되고, 사회에서 낙인 찍힌 그들은 성인범이 되는 거예요. 지금의 사회시스템은 한 번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들이 계속해서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는 상황을 양산하고 있어요. 만성적 범죄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그들이 처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기계적으로 판결하는 등의 현실도 무시할 수 없다는 거죠. 반성하지 않고 계속 범죄를 저지르는 청소년에게 소년법이 지나친 관용이라고 비난할 수는 있지만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에요. 주변 환경은 그대로인데 강력한 처벌을 내린다면 그건 범죄의 수렁에 밀어 넣는 꼴이에요.
저자는 소년법을 유지하는 것이 우리 사회가 위험에 처한 청소년들과 책임을 함께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양심이라고 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면 동의할 수밖에 없네요. 나이가 어려 처벌하지 못하는 것이 부당하다며 소년법을 개정했는데, 막상 개정하고 나니 처벌할 대상이 없었다고 해요. 소년 폭력범죄에서 만 12~13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0퍼센트에 가까운데,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낮추는 것이 무슨 실효성이 있겠어요. 우리는 위기청소년을 비난하기 전에 어른으로서 우리 사회의 현실을 되돌아봐야 해요. 소년범을 둘러싼 불편한 진실 앞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