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운명이라고 불렀던 것들 - 그 모든 우연이 모여 오늘이 탄생했다.
슈테판 클라인 지음, 유영미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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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처럼 이 책을 펼친 당신에게"

과연 이 책을 읽게 된 것이 운명일까요. 아마 모든 일들을 운명과 연결짓는 사람에겐 그럴 수 있겠죠.

하지만 제 경우는 "이 책을 덮자 벼락을 맞은 듯 나를 둘러싼 세계가 이해되기 시작했다!"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고, 호기심에 이끌려 읽었을 뿐이에요. 거창하게 운명을 언급할 만한 요소는 전혀 없어요. 우연히 발견한 책이 결과적으로 유익했으니 운이 좋았다고 해야겠네요. 더군다나 무당과 사이비 교주가 판을 치는 지금 시기에 출간된 것은 우연이지만 절묘한 타이밍인 것 같아요. 따지고 보면 과학은 늘 무지와 비합리성을 교정하고 계몽하는 역할을 해왔으니 시기적으로도 특별한 건 아니네요. 과학자들은 최근 몇 년간 예측할 수 없는 현상에 몰두하여 우연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발전시켰다고 해요. 예측할 수 없는 현상을 운명이라고 믿는 사람들에게 그건 운명이 아닌 우연임을 알려주는, 우연에 관한 연구라고 할 수 있어요.

《우리가 운명이라고 불렀던 것들》은 슈테판 클라인의 신작이에요.

저자는 유럽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과학 저널리스트 중 한 명이며, 2015년 과학 대중화에 기여한 공로로 독일 학술상을 받았고, 현재 베를린 예술대학의 객원 교수로 일하고 있어요. 이 책을 쓴 이유는 우리가 우연과 친해지도록, 우연을 친구로 만들어 새로운 아이디어와 유리한 기회를 만드는 전략을 알려주기 위해서라고 해요. "우연을 아는 것은 우리를 안심시킨다. 우연을 인정해주면 우리는 기대하는 것보다 자주 우연이 주는 선물을 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감탄하게 될 것이다." (12p)

우선 우리는 우연을 왜 그리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지를 알아야 해요. 그 이면에는 운명이라는 믿음이 우리 안에 깊이 뿌리박혀 있어요.

사람들은 정말 우연이 있는지 의심하면서 그들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은 계획, 즉 섭리에 따른 것으로 생각해요. 많은 사람들이 사주를 보거나 점쟁이를 찾아가 조언을 구하고 자신의 운명을 카드 보듯이 들여다볼 수 있다고 믿는 거죠. 전 프랑스 대통령인 프랑수아 미테랑도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에는 점성술사와 상의했다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유사한 일이 벌어지고 있으니 큰일인 거죠. 일이 의도하지 않게 딱딱 맞아떨어져 좋은 일이 생기면 좋지만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것은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불확실함은 스트레스인 거예요. 그런 심리 때문에 더 높은 존재에 기대어 불행한 일을 막을 수 있다고 믿는 거예요. 세상은 점점 더 불확실해지고 있어서 제아무리 전문가라도 가까운 미래를 진단하는 것조차 힘들어요. 삶의 모든 상황에서 다른 사람의 행동을 예언하려는 시도는 여러 가지 이유에서 불가능해요. 그 이유는 자기 연관성 때문이에요. 자기 연관성이 작용하는 곳에서는 원자물리학에서처럼 관찰자가 관찰 대상에 영향을 끼치게 되므로 예언자는 그의 예언을 통해 관찰되는 시스템에 영향을 미쳐 자신의 정보를 잃게 되는 거예요. 자유는 예측할 수 없음의 대가로 주어지는 거예요. 자기 연관성이 초래하는 많은 결과 중 가장 놀라운 것은 우리가 자신을 꿰뚫어볼 능력이 없다는 거예요.

경험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지는 각자의 해석에 달려 있어요. 뇌는 끊임없이 틀과 설명을 찾는데, 그 과정 끝에 어떤 해석을 믿을지는 본인의 자유지만 해석과 사실을 구분할 필요는 있어요. 점검 가능한 사실의 세계에 발을 딛고 사실만을 행동의 근거로 삼고, 해석과 환상의 영역에서는 신비로운 시각으로 관찰하고 평가하는 거예요. 일상에서 현실과 환상적인 해석 사이에 선을 그을 수 있어야 해요. 우리의 뇌는 안심하는 순간 집중력이 떨어지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에 불안은 위험을 대처하는 신호 역할을 해준다고 볼 수 있어요. 우연히 일어나는 수많은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우연을 인정해야 해요. 어떤 위험도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어야 빠르고 적절한 대처를 할 수 있어요. 약간 불안할 때 가장 안전하다고 볼 수 있어요. 불확실한 세상에서 현명하게 살아남는 법은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고 우연을 믿는 것이 최상의 전략이라는 거예요. 우연은 우리에게 신중함을 가르쳐주는데, 이것이 바로 우연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인 거예요. 변화를 더 빨리, 더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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