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의 아이
츠지 히토나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3년 3월
평점 :
절판


진짜 있는 곳일까,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모르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느끼듯이, 나카스中洲 라는 섬도 가상의 장소인 줄 알았어요.

일본 후쿠오카시 하카타구에 있는 지역으로 나카강과 하카타강 사이에 있는 길쭉한 배 모양의 작은 섬이라고 해요. 서울 여의도처럼 사방팔방으로 열여덟 개의 다리가 연결되어 있는 유흥 상업 지구이며, 관광객에게도 인기가 많은 곳인데 환락 시설이 밀집한 남측 구역은 도쿄의 신주쿠 가부키초, 삿포로의 스스키노와 함께 일본의 3대 환락가로 손꼽힌대요. 밤문화가 발달된 곳이라서 나카스에서 밥벌이하는 관계자가 3만 명이고 놀러오는 사람은 6만 명이지만 실제 거주하는 인구는 7백 명이 채 안 된대요. 유흥업소가 즐비한 바로 그곳에 '한밤중의 아이'가 살고 있어요.

《한밤중의 아이》는 나카스에서 살고 있는 렌지의 이야기예요.

주인공 렌지는 나카스에서 태어난 아이예요. 엄마 아카네는 클럽에서, 아빠 마사카즈는 호스트로 밤일을 하느라 렌지를 돌보지 않지만 인근 상인들은 갓난아기 때부터 쭉 봐왔기 때문에 먹을 것을 챙겨주곤 해요. 한밤중에 술 취한 어른들 사이를 쪼르르 뛰어다니는 어린애라고 하면 다들 알 정도로 유명인사였고, 나카스 사람들은 렌지를 '한밤중의 아이'라고 불렀어요. 질 나쁜 똘마니들조차 렌지는 손을 대지 않았고 귀여워해줬어요.

이 소설은 2016년 8월, 경찰 미야다이 히비키가 청년이 된 렌지를 발견하는 장면으로 시작하고 있어요. 경찰 학교를 졸업하고 나카스 파출소에 첫 부임한 2005년 봄, 막 스무 살이 된 히비키는 다섯 살의 렌지를 처음 만났어요. 히비키가 본 아이는 말수는 적고 무표정한데도 동글동글 큰 눈으로 상대를 빤히 바라보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양하게 그 마음속이 읽혔어요. 결코 주눅들지 않고 씩씩한 아이, 어떤 사람의 마음속에나 구별 없이 스르륵 파고드는 신비한 힘을 가진 아이였어요. 그래서 히비키도 한밤중에 돌아다니는 렌지를 걱정하며 신경썼던 것 같아요. 무호적 아동, 부모가 출생 신고를 하지 않아 호적이 없는 렌지를 위해 후쿠오카시 아동종합상담센터를 찾아가 봤지만 정해진 매뉴얼이 없어서 아무런 조치를 해줄 수 없었어요. 선의로 도우려 했지만 더 나서진 않았어요. 그 뒤 전근을 가면서 까맣게 잊고 있다가 9년만에 다시 나카스 파출소로 발령이 나면서 묵혀둔 과거의 기억을 끄집어낸 거예요. 보통 대부분의 사람들은 히비키와 다르지 않을 거예요. 가엾고 불쌍한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과 일말의 양심 그리고 죄책감... 사각 지대에 있는 아이들을 구할 수 있는 건 어른들인데, 외면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경찰인 히비키도 도움을 주지 못했던 렌지를 살아가게 해준 사람들은 나카스 사람들이었어요. 히비키가 의심의 눈초리로 그들을 잠재적인 범죄자 취급을 했는데 말이죠.

어쩌면 무호적 아동을 소재로 했으니 범죄 영화와 같은 암울한 내용일 거라고 넘겨짚었다면 오산이에요. 물론 사랑받아야 마땅한 아이가 호적 없이 학대와 방치에 내몰리는 모습은 사회의 그늘이자 불행한 현실인 건 맞지만 그것만 보여준 게 아니에요. 한밤중의 어둠, 절망 속에서도 아이는 꿈을 꾸었고, 우리를 희망으로 이끌고 있어요. 버려진 줄 알았는데 따스한 보살핌이 있었어요. 다정하고 착한 마음들이 꺼져가는 희망의 불씨를 살려냈어요. 츠지 히토나리 작가의 신작, 굉장히 흥미롭고 감동적이네요.



"이 근처는 위험한 지역이야. 밤에는 돌아다니면 안 돼."

그때 히비키는 처음으로 렌지가 웃는 것을 보았다. 마치 어른처럼 코웃음을 쳤다.

"왜?"

"나카스 사람들, 경찰 아저씨 말처럼 나쁜 놈들 아니에요. 다 착해요." (3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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