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한복판의 유력 용의자
고호 지음 / 델피노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글픈 건 나는 진리를 알고 있는데,

사람들은 모른다는 것이다.

아, 혼자만 진리를 알고 있다는 건 얼마나 힘든지 모른다."

- 도스토예프스키 『우스운 자의 꿈』 中에서 (125p)


《도쿄 한복판의 유력 용의자》는 고호 작가님의 장편소설이에요.

이 소설은 1991년 유리코 실종 사건과 2025년 아이코 공주 실종 사건이라는 가상의 사건을 통해 우리와 일본과의 관계를 재조명하고 있어요.

불과 이틀 전, 삼일절 행사에서 대통령의 기념사는 대단히 충격적이었어요. 당일 세종시 아파트에는 자칭 일본인이라고 속인 한국인 부부가 일장기를 게양한 일이 벌어졌고, 평화의 소녀상이 있는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는 욱일기를 찢는 사람들과 일장기를 흔드는 사람들이 혼재했으며, 정기수요집회 자리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인권운동가인 이용수 할머니가 참석해 대통령이 약속했던 위안부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호소했어요. 기가 막히고 분통이 터지는 망언 때문에 삼일절은 본래의 의미를 잃고 말았어요. 우리가 잘못해서 나라를 잃었으니 일본에겐 묻지도 따지지도 말라, 앞으로 협력하라, 이게 말이 되는 소리냐고요. 다른 건 몰라도 어떻게 독립을 외쳤던 날에 일본 군국주의 침략을 옹호하는 발언을 하는 사람이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니, 실화냐고요. 서울 한복판의 유력 용의자... 죄를 밝혀내고 강력한 처벌을 받아야 해요.

소설의 등장인물은 이름만 차용했을 뿐 어디까지나 작가님의 상상력으로 펼쳐진 허구의 이야기예요. 하지만 아이코 공주가 준기와 나누는 대화는 퍽 인상적이고, 실감나는 내용이었어요. 현실 속 아이코 공주도 학창 시절에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더라고요.


"세월이 상처를 덮어줄 순 있어도 죄까지 덮지는 않는단다."

부왕이 나루히토가 어린 시절 학교에서 이지메를 당하고 

울며 돌아온 자신에게 해준 말이 귀에 맴돌았다.

굳이 가해자들을 응징하려 애쓰지 마라, 시간이 피해자의 상처를 덮을지언정 

가해자들의 죄는 덮지 않노라고.

언제고 대가는 치르게 된다고.

아이코는 뒤로 고개를 푹 기댔다. 고통스러운 듯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아이코 그거 알아?"

"응?"

"우리 할아버지와 함께 일본으로 끌려갔던 몇몇 분은 돌아오셨어.

살아오신 것만으로도 기적이었지. 하지만 사람 마음이 그렇잖아.

그곳에서 고생만 했지 제대로 된 품삯을 받지 못했으니 억울할 수밖에." (118p)


우리와 일본의 관계는 근본적인 사죄 없이는 회복될 수 없어요. 일본은 자신들의 침략 행위를 나타내는 모든 사건들을 부정하고, 역사를 왜곡하고 있어요. 이런 터무니없는 주장에 대해 반박하고 강력히 항의해야 할 대한민국 정부 대통령이 일본을 협력 파트너로 표현했다는 건 참을 수 없는 일이에요. 해방 이후 청산하지 못한 친일파, 두고두고 가슴을 치게 만드네요. 빨갱이 운운하며 갈라치기하는 이들은 나라를 갉아먹고 있네요.

소설 속 주인공 준기가 두 실종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만 본다면 미스터리 추리 소설이지만 그 본질을 알고 나면 비극적인 현대사를 다룬 가상의 역사물로 봐야 될 것 같아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