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 오브 킹즈 QUEEN OF KINGS
탁윤 지음 / 이층집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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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 왕관을 원하지 않았다.

왕관은 순은으로 주조됐고 원 끝에선 열여섯 개의 루비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칼라논 연방의 열여섯 개 왕국을 통치하는 군주를 위한 것, 

왕들의 여왕에겐 완벽한 왕관이었다.

하지만 그건 나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대관신을 주관하는 대사제가 내 머리 위에 왕관을 올려놓았다." (12p)


《퀸 오브 킹즈》는 탁윤 작가님의 장편소설이자 판타지소설이에요.

주인공 오브리엘은 원하지 않는 왕관을 쓰고, 왕좌에 오른 카티야국의 여왕이에요. 숲속의 평민으로 살던 스무 살의 오브리엘은 하루아침에 여왕이 되고, 왕관의 무게를 견뎌내야 하는 끔찍한 삶을 살아가게 돼요. 일반적인 동화였다면 평민에서 여왕으로 신분이 상승되는 것으로 해피엔딩이 되어야 하는데, 이 소설은 전혀 행복하지 않은 서막을 열고 있어요. 타고난 운명은 거부할 수 없는 법.

가상의 왕국, 판타지 세계가 주는 놀랍고 신비로운 분위기 속에 오브리엘이 겪게 되는 위기들은 긴장감을 더해주고 있어요. 물론 로맨스도 빠질 순 없다는 점이 흥미로워요. 오브리엘에게 여왕의 자리가 운명이라면 생존은 운명을 건 싸움이라고 볼 수 있어요. 살아남기 위해서는 스스로 더 강해질 수밖에 없어요. 보통의 나약한 존재였다면 버텨내지 못했을 거예요. 처음엔 약해보였던 오브리엘이 점점 각성하고 단단해지는 과정이 관전 포인트라고 할 수 있어요. 그것이 판타지 장르의 매력인 것 같아요. 방관자였다가 관찰자로, 어느새 주인공에게 몰입하여 빠져들면 헤어나오기가 어려워지죠. 주인공을 둘러싼 보이지 않는 위협 가운데 가장 무서운 건 주변인물들인 것 같아요. 어떤 엄청난 비밀과 반전이 숨겨져 있는지, 미리 짐작할 수도 있지만 서서히 밝혀가는 재미도 있어요. 과연 운명이란 무엇일까요. 원래부터 정해져 있는 것이라면 현재 어떠한 노력을 하든지 결과는 바뀌지 않을 거예요.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어요. 주어진 상황은 똑같지만 인간의 의지와 노력에 따라 그 결과는 변할 수 있다는 걸. 여기서 변하지 않는 상수는 뭘까요. 아마도 사랑이 아닐까 싶어요. 진실된 사랑은 어리석은 감정이 아니라 강력한 힘이 될 수 있다고 믿어요. 그 믿음이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드는 본질인 것 같아요. 오브리엘 여왕의 이야기, 멋지네요.


"그는 그의 방식으로 나를 사랑했다. 

돌이켜보면 그건 맹목적이고 무모했으며 격정적이었다. 

하지만 나 역시 어느 순간 그의 모습에 빠져들고 말았다. 

그래도 난 그를 다른 방식으로 기억하고 싶었다. 

그는 나를 세상에서 뭔가 의미있는 존재로서 바라봐준 첫 번째 사람이었다." (31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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