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난 사람 별난 이야기 - 조선인들의 들숨과 날숨
송순기 지음, 간호윤 엮음 / 경진출판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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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난 사람 별난 이야기》 는 태생이 남다른 책이에요.

우선 저자 송순기는 1919년에서 1927년까지 일제치하 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문』 편집기자, 논설부주임, 편집 겸 발행인을 지낸 근대적 지식인이자 한학에도 조예가 깊은 유학자라고 해요. 그는 조선 시대의 야사, 문집, 기담 등을 신문에 현토식(한문 구절 끝에 토를 다는 것) 한문으로 연재한 것을 다시 책으로 편찬했는데, 그것이 바로 야담집 『기인기사록』 상·하 2권이라고 하네요. 문창사라는 출판사의 첫 번째 책이었대요. 이때 야담 출판물을 기획하고 출간했던 녹동 최연택의 서문이 나와 있는데, 그 내용에서 책이 가진 의미를 확인할 수 있어요.

"... 유독 우리 조선에는 인물의 성대함이 예로부터 훌륭하여 볼 만하다. 군자·숙녀와 이름난 여인과 재주 있는 사내들의 기이한 일과 발자취가 여러 대가들의 기록에서 여러 번 나오니 그 비슷한 일들이 하나둘이 아니다. ... 좋은 점을 골라 뽑아 알맞게 조화시켜서 한 편을 만들고 이름을 『기인기사록』이라 하였다. 이 책은 단지 기이한 일과 기이한 이야기만이 아니다. 그 중에는 남의 착한 행실을 드러내고 의로움에 감동한 일이 제법 많으니 세상 사람들로 하여금 가르치고 모범이 될 만하다." (5p)

제목은 기이한 이야기지만 그 이야기가 주는 교훈과 감동이 크다는 말씀인데, 이것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라고 할 수 있어요. 일제강점기 지식인 송순기는 옛 이야기 속에서 우리 조상들의 뛰어난 얼을 발굴해냈다고 볼 수 있어요. 재주 많고 흥 넘치는 조상들의 모습을 통해 재미뿐 아니라 지혜를 얻을 수 있도록 이야기 말미에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다고 하네요.

한문으로 출간되었던 『기인기사록』를 간호윤님이 번역하여 상권을 중심으로 선별한 스물일곱 편의 이야기를 담아낸 것이 《별난 사람 별난 이야기》 인 거예요. 재미있는 건 간호윤님 역시 똑같이 옮긴 것이 아니라 새로운 버전의 『기인기사록』 을 완성했다는 거예요. 이 책에서도 각 이야기 뒤에 "별별이야기 간 선생 왈"이라는 해설이 덧붙여져 있어요. 옛 이야기의 맛을 살리고자 의도한 것일까요. 한글로 번역했지만 문어체, 옛말의 느낌으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열한 번째 이야기 제목은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 교만하면 군자가 아니요, 너에게 나온 것은 너에게로 돌아간다>이며, 기천 홍명하라는 인물이 주변 사람들에게 업신여김을 당하다가 뒤늦게 관직에 올라 보복한다는 내용이에요. 제목에 보이는 '너에게서 나온 것은 너에게로 돌아간다'라는 말은 『맹자』 「양혜왕」 하에 있는 증자의 말인데, 추나라 목공이 맹자에게 '윗사람들이 싸우다 서른세 명이나 죽었는데 백성들은 한 사람도 그들을 위해 죽지 않았다. 백성들을 모조리 벌하자니 너무 많고 그냥 두자니 이런 일이 또 있을 테니 이를 어찌하면 좋겠냐?'고 묻자, 맹자는 백성들이 굶어 죽어도 위에서 재산만 불리지 않았느냐며 증자의 말을 빌려 "네게서 나온 것이니 네게로 돌아간다." (95p)라고 잘라 말했다네요. 인과응보, 권선징악, 사필귀정, 자업자득, 결자해지, 종두득두가 여기에 해당되는 말이겠지요. 별별이야기 간 선생 왈에서는 외사씨(송순기)가 기천 홍명하의 속 좁음을 나무라는데 이 글이 사실이라면 김좌명, 신면, 홍명하 모두 인품이 넉넉지 못한 자들이라고 평하고 있어요. 나라를 다스리는 관리가 밴댕이 소갈딱지일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어요. 남의 가슴에 마구마구 대못을 질러 놓는 사람들은 필시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교훈을 주고 있어요. 옛말을 어느 정도 이해하는 사람들에겐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이야기를 맛깔나게 느낄 수 있는 이야기 모음집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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