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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넘어 너에게 갈게 - 대한민국 콘텐츠대상 최우수상작 ㅣ 토마토 청소년문학
양은애 지음 / 토마토출판사 / 2023년 1월
평점 :
눈을 감으면 과거의 기억들이 또렷하게 떠오르던 때가 있었어요.
기쁘고 즐거웠던 기억은 바람처럼 휘익 스쳐가는데, 슬프고 괴로웠던 기억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어요. 그래서 억지로 잊으려고 했고, 잊는 연습을 했던 것 같아요. 처음엔 어려웠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지우개로 지운 듯이 희미해졌어요. 안 좋은 기억이라면 차라리 잊는 게 나을 수도... 근데 왜 슝슝 구멍이 뚫린 것처럼 허전한 걸까요. 어쩌면 내게도 어릴 적 함께 놀던 도깨비가 있었던 게 아닐런지. 이제는 잊혀지고 사라지는 게 두려운 나이가 되었나봐요.
《기억을 넘어 너에게 갈게》 는 양은애 작가님의 장편소설이에요.
저자는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하고 시나리오를 써 왔는데 지금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되었고, 내 아이에게 남기고 싶은 좋은 책을 쓰고 싶어서 이 소설을 썼고, 이 작품으로 20211년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스토리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대요. 원제는 '기억 도깨비'래요.
삼십 대 중반의 워킹맘 주영은 남편 대준과의 다툼이 심해졌고, 결국엔 먼저 이혼을 요구했어요. 대준은 겨우 일곱 살인 수인을 생각해서 이혼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 주영은 독단적으로 수인을 데리고 시골 고향집으로 갔어요. 수인은 외할아버지 집에서 도깨비 벼리와 무서운 어둑서니를 만났어요. 어른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외할아버지 기중은 수인이 말하는 도깨비의 존재를 믿는 눈치였어요. 주영이 어릴 때에도 도깨비 벼리 얘길 했다고 말이죠. 주영은 잠시 시골집에 수인을 맡기려던 계획이었는데, 일이 틀어지고 말았어요. 수인이가 어둑서니에게 잡아먹혔거든요. 도깨비를 기억하기는커녕 전혀 믿지 않는 주영은 불쑥 나타난 벼리의 도움으로 수인을 찾아 나섰어요. 과연 무사히 데려올 수 있을까요.
우리에게 기억이란 무엇일까요. 도깨비와 어둑서니, 신비로운 존재들을 통해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되었어요. 살아가는 이유, 무엇을 위해 사는가.
다른 건 다 잊어도 괜찮지만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할 게 있어요. 머릿속으로 기억하는 게 아니라 마음에 품고 있는 그것. 이미 눈치챘겠지만 파랑새는 멀리 있지 않아요. 다만 팍팍한 세상이 파랑새를 쫓아다니게 만들 뿐이죠. 워킹맘은 슈퍼우먼이 아니라고요. 부모와 아이 모두가 행복한 세상,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행복을 누리기가 왜 이리 힘든 걸까요.
"김서방들이 어른이 되면 가장 먼저 하는 게 어린 시절의 일을 잊어버리는 거 아닌가?
수많은 김서방이 우리를 만났지만 커서도 우리를 기억하는 김서방은 한 명도 없었지."
"그럼 나 말고도 만난 사람들이 더 있어?"
"당연하지. 도깨비는 인간들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인 걸. 우리는 어디에나 있어.
다들 기억하지 못할 뿐."
"그럴 리가... 그렇게 싹 다 잊는다고?"
"지금도 그렇잖아. 네가 여기 온 이유도." (113p)
